설경 속 천년 고찰
자연과 불교가 만나는 길
겨울에 가야하는 명소 백양사

겨울의 한가운데인 2월, 깊은 산중에 자리한 사찰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눈이 쌓인 숲길과 고요한 계곡은 계절이 빚어낸 가장 단정한 풍경을 완성한다.
화려한 단풍으로 이름난 장소이지만, 차분히 내려앉은 설경 속에서는 오히려 본연의 품격이 또렷해진다. 거대한 암벽을 배경으로 전각이 자리하고, 맑은 물이 연못을 이루며 풍경을 비춘다.
자연을 먼저 만나고 난 뒤 불전으로 향하는 독특한 동선은 방문객의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힌다.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다는 점도 겨울 여행지로서의 장점이다.
눈 내린 산사에서 만나는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위해, 2월에 더욱 빛나는 백양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설경과 어우러진 천년의 역사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에 위치한 백양사는 내장산국립공원 자락 백암산에 자리한 천년 고찰이다.
632년 백제 무왕 때 백암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으며, 고려 시대에는 정토사로 불렸다가 조선 선조 때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설법을 들으러 흰 양이 내려왔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명칭은 오랜 세월 이곳에 내려온 이야기와 함께 전해진다.

선도량으로 명성을 얻으며 한국 불교계를 이끈 고승들을 배출했고, 일제강점기 2대 교정 환응을 비롯해 조계종 초대 종정 만암, 태고종 초대 종정 묵담, 서옹당 종정 등 근현대 불교사를 이끈 인물들이 이곳에서 수행했다.
대웅전과 극락보전, 사천왕문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소요대사부도는 보물로 보호받고 있다.
병풍처럼 둘러선 백학봉의 암벽과 계곡이 어우러진 지형은 한국의 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난 경관을 이룬다.
자연을 먼저 만나는 가람 배치

백양사로 향하는 길은 갈참나무와 단풍나무가 늘어선 숲길로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약 0.5㎞ 구간에는 수백 년 된 갈참나무와 3,000여 그루의 고로쇠나무, 비자림이 우거져 겨울에도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은 쌍계루다. 계곡을 막아 조성한 연못 앞에 세워진 누각은 뒤편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수면 위에 그림처럼 비친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과 어우러진 풍경으로 전국의 사진 애호가들이 찾지만, 겨울에는 백학봉에 내려앉은 눈과 함께 더욱 단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부분의 사찰이 일직선 축을 따라 중심 전각으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이곳은 쌍계루와 연못을 감상한 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천왕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자연을 먼저 마주하고 불전으로 향하는 우회형 가람 배치는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중시한 구조다. 사천왕문을 지나 약 50m 정도 들어가면 중심 마당과 대웅전이 나타나며, 그 뒤로 백학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극락보전, 조사전, 칠성전, 우화루가 중심 영역을 이루고 있으며, 아래쪽 일부 구역은 수행 공간으로 출입이 제한된다. 사찰은 관광지가 아니라 수행과 일상이 이어지는 공간이므로 정숙한 관람이 필요하다.
등산로 방향으로는 약사암, 운문암, 천진암 등 암자가 자리한다. 이 가운데 약사암은 입구에서 20분가량 오르면 도달할 수 있으며,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백양사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맞은편에는 난대성 상록수인 비자나무 5,000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공양간에서는 자연의 맛을 살린 사찰음식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영상 콘텐츠에 출연한 정관 스님이 수행하는 사찰로도 알려져 있다.
중심 영역을 나오면 다향찻집과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어 간단한 먹거리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백양사는 상시 개방되며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주차가 가능하며,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2월, 고요한 산사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위해 백양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