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도 반한 절경,
기우제와 실경산수화의 주인공 ‘화적연’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사정리 67에 위치한 ‘화적연(禾積淵)’은 한탄강 물줄기와 웅장한 바위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명소로, 국가 명승 제93호로 지정된 곳이다.
이름 그대로 ‘볏단을 쌓아놓은 연못’이라는 뜻을 가진 화적연은, 실제로 그 모습이 쌓아 올린 볏단처럼 보여 예로부터 농경과 관련된 전설과 이야기가 전해졌다.
가뭄이 심했던 해에 늙은 농부가 이곳 바위가 보이는 곳에 앉아 하늘에 간절히 비를 빌었고, 바위 아래에서 용이 튀어나와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은 오늘날까지도 전해진다.

화적연은 단순히 전설만을 품은 곳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서 실제로 국가 기우제가 치러지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다양한 고문헌에 이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으며, 비가 내리지 않던 해에는 포천의 화적연에서 가뭄 해소를 기원하는 제례가 성대하게 열렸다. 2015년에는 이를 기념한 기우제 재현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다.
지질학적 가치도 높다. 화적연은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명성산 화강암 지대가 하천의 침식작용을 받아 거대한 암반 형태로 드러난 지형이다.
특히 화강암 위를 덮은 현무암, 주상절리, 유문암, 안산암 등이 층층이 나타나며, 현무암이 식으면서 생성된 기둥 모양의 절리와 화강암 내 포함된 유문암 포획암,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포트홀과 그루브는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지형학적 탐방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한탄강의 짙푸른 물빛과 현무암 절벽, 그리고 13m 높이로 우뚝 솟은 화강암이 어우러지며 특히 여름철 비가 많은 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비경을 자아낸다.
화적연의 자연미는 예술가들의 눈에도 각별히 비췄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은 금강산 유람길에 이곳에 들러 화적연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고, 그의 작품은 현재 간송미술관의 「해악전신첩」 속에 전해진다.
또한 삼연 김창흡 역시 “용이 엎드린 못”이라 표현하며 이곳의 신비로움을 시문집에 남겼다. 박세당, 이병연, 이항로 등 수많은 문인과 화가들의 기록과 작품 속에 화적연은 실경산수의 상징처럼 등장한다.
현재 화적연 주변에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이용객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인근에는 비둘기낭 폭포, 한탄강 생태탐방로 등 다양한 자연 명소가 함께 있어 여름철 가족 단위 피서지로도 제격이다.
고요한 물줄기와 기암괴석, 문화와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이곳은 무더운 여름날, 단순한 풍경을 넘어 깊은 울림을 주는 쉼터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