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명소, 알고 보니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 갈수록 물이 맑아지고 있다는 조선 3대 제방

충남 당진 합덕제,
어리연꽃 군락과 함께
생태 복원지로 주목
연꽃
출처 : 한국관광공사 (합덕제)

조선 3대 제방이자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 충청남도 당진시의 합덕제가 최근 자연 생태 회복지로 주목받고 있다.

맑은 수질에서만 자라는 어리연꽃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늘어나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당진시에 따르면, 올해 여름 합덕제에서 자생하는 어리연꽃이 700여 포기로 급증했다. 하얀 별 모양의 꽃을 피우는 어리연꽃은 지름 1~1.5cm 크기의 섬세한 자태로 얕고 깨끗한 물에서만 자란다.

연꽃
출처 : 한국관광공사 (합덕제)

2022년까지만 해도 40여 포기 수준에 불과했지만, 시의 수질 개선 노력과 관리 강화로 인해 생태계가 회복되면서 안정적인 군락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들 연꽃 군락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수면 위로는 개구리와 곤충이, 수면 아래로는 물고기와 무척추동물이 서식처를 이루며 어우러진다.

실제로 최근 합덕제에서는 금개구리, 수달, 가물치, 물총새, 고라니, 너구리 등 다양한 생물이 발견돼 생태 보고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합덕제는 단순한 자연 생태지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조선시대 황해도 연안남대지, 김제 벽골제와 함께 3대 제방으로 꼽히며, 축조 시기는 고려 이전으로 추정된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백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꽃
출처 : 한국관광공사 (합덕제)

현재는 농경지로 사용되며 저수지 기능은 상실했지만, 1,771m에 이르는 곡선형 제방은 여전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축조 방식과 역사적 가치 덕분에 1989년 충청남도 기념물 제70호로 지정되었으며, 2017년에는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로부터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도 인정받았다.

합덕제에는 ‘죽은 자가 염라대왕 앞에 섰을 때 합덕제를 가보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는 흥미로운 전설도 전해진다.

‘아니오’라고 답하면 염라대왕이 “그 유명한 합덕제도 못 보고 무얼 했느냐”고 꾸짖는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합덕제는 오래전부터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명소로 회자돼 온 셈이다.

연꽃
출처 : 한국관광공사 (합덕제)

합덕제에는 전통 수리문화를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합덕수리 민속박물관이 함께 조성되어 있어, 수리농경의 역사와 기술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관람객들은 초가정자, 디딜방아, 수차 등 다양한 농경 도구와 조경시설을 통해 조상들의 지혜를 체험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교육적 시간도 함께 누릴 수 있다.

또한 자연과 생태를 특화한 ‘합덕제 생태관광체험센터’에서는 첨단 장비를 활용한 생물 관찰과 가상 체험도 가능하다. 이처럼 합덕제는 역사·문화·생태가 어우러진 명소이자,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소중한 쉼터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어리연꽃이 자생하는 수면 위 풍경은 마치 별이 내려앉은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매년 더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당진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생태계 복원과 수질 관리를 통해 합덕제를 세계적 생태문화 관광지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0
공유

Copyright ⓒ 트립젠드.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