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이 만든 하늘 아래 계곡
물소리 따라 걷는 5.5km 비경
남덕유산이 품은 숨은 힐링 명소

해발 800m 고개를 넘고, 웅장한 산줄기 사이로 이어지는 길 끝에 펼쳐진 그곳. 남덕유산 동쪽 자락을 타고 흐르는 물길이 만든 5.5km의 비밀 정원이 바로 ‘월성계곡’이다.
이 계곡은 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일대, 덕유산 삿갓골샘에서 시작된 월성천이 동쪽으로 흘러가며 만들어낸 자연의 선물이다.
산세는 깊고 수량은 풍부하다. 계곡물은 거대한 바위를 헤집고 흐르며 작은 폭포와 여울을 만들고, 결국 위천계곡과 수승대계곡으로 흘러든다.
길은 좁고 계곡은 깊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멈출 줄 모른다. 그만큼 월성계곡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다채롭다.
바위·물·바람이 어우러진 천연 휴식처
월성계곡의 폭은 넓지 않지만, 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바로 주변을 둘러싼 웅장한 산세다.

물가엔 젖은 몸을 말릴 수 있는 넓적한 바위들이 드문드문 놓여 있어, 잠시 앉아 쉬기에도 그만이다. 장군바위쉼터를 지나 월성1교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특히 계곡물놀이 명소로 손꼽힌다.
하류는 시원한 계곡 감상이 중심이라면, 상류는 걷고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산수마을 입구에서 마학동계곡 쪽으로 우회전하면 하늘과 맞닿은 듯한 산수리 언덕을 따라 병곡리로 내려오는 길이 이어진다. 이 코스는 길지 않지만, 풍광은 깊고 여운은 길다.
1990년 자연발생유원지로 지정된 이곳은 거창의 ‘소금강’으로도 불린다. 이름만큼이나 물과 바위, 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경관은 마치 조선의 수묵화를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드라이브와 전망, 그리고 조용한 낭만
월성계곡이 끝나는 지점은 남덕유산 등산의 관문인 황점매표소다. 이 지점을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남령재 고개가 나온다. 해발 약 800m의 고개마루에 오르면 거창과 함양을 넘어 멀리 지리산 능선까지도 시야에 담긴다.

이곳은 도보 여행자뿐 아니라 드라이브 여행객에게도 숨은 명소다. 남령을 넘어가면 덕유산 종주 코스의 출발점인 함양군 서상면 영각사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품에 안기는 느낌을 준다.
인적이 드물어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계곡 초입에는 신선이 놀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강선대와 고풍스러운 정자인 모암정, 덕산정도 자리하고 있다. 넓은 바위와 모래톱이 펼쳐진 곳에서는 가족 단위 캠핑객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월성계곡은 단지 물이 흐르는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흐름과 정적, 거침과 고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자연 속의 쉼표다. 거창읍에서 차로 20분 남짓,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마주하고 싶을 때 더없이 완벽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