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년 전 지구의 숨결
고씨 일가의 피신처였던 그곳
지금은 신비한 지질 체험 명소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진다면 이곳을 눈여겨보자. 한낮의 열기가 아무리 뜨거워도,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는 서늘해지고, 시간은 수억 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바깥 세상의 뜨거운 숨결을 뒤로하고 지구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이 신비로운 장소, 강원도 영월의 ‘고씨굴’이다.
동굴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세상의 시간은 멈추고 눈앞엔 4억 년 전의 지질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강원도 영월의 고씨굴은 그런 특별한 시간을 선물해주는 동굴이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땅속 깊은 곳에서 탄생한 자연의 조형물과 역사적 이야기가 공존하는 지질유산이다.
임진왜란 당시 고씨 일가가 전란을 피해 몸을 숨겼다는 전설에 따라 ‘고씨굴’이라 불리게 되었고, 이후 수도장 등으로도 쓰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씨굴은 1966년 처음 존재가 알려졌고, 1969년 6월 4일 천연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되었다. 이어 1974년 5월 15일, 일반 대중에게 개방되면서 본격적인 자연문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수백만 년 세월이 만든 지하 미로
이 동굴은 전형적인 석회암 지형에 형성된 다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은 통로는 입체적인 곡선을 따라 이어지며, 하층부에는 지하수가 흐르는 수평굴의 형태가 자리한다.

총 연장은 3,388m에 달하지만, 관광객에게 공개된 구간은 약 500m로 제한되어 있다. 주굴은 950m, 지굴은 2,438m로 구성돼 있으며, 관람은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동굴 안에는 종유석과 석순은 물론, 동굴산호, 동굴진주, 유석, 커튼, 피솔라이트, 동굴방패, 곡석, 월유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이 곳곳에 분포해 있다.
이 가운데 기형적인 형태로 자라난 종유석은 특히 눈길을 끈다. 이처럼 고씨굴은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학술적 탐방지로서의 면모도 강하다.
연중 약 15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계절과 관계없이 쾌적한 관람이 가능하며, 입구에서부터 내부까지 이어진 코스는 자연이 빚은 거대한 조형미를 따라가는 여정 그 자체다.
고씨굴이라는 이름에는 생존을 위한 피신의 기록이 담겨 있다. 임진왜란 당시 고씨 성을 가진 가족이 이곳에 은신해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지형이 아닌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공간임을 말해준다.
한때는 폭 130m에 달하는 남한강을 나룻배로 건너야만 도착할 수 있었던 이 동굴은 지금은 입구까지 차량이나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다리가 놓여 있어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영월서부시장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17번 미니버스를 타면 약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도 어렵지 않다. 짧은 거리지만 자연이 주는 감동은 그 어떤 먼 여행지 못지않다.
태곳적 지구와 지금을 잇는 여행
고씨굴은 단순한 동굴 체험을 넘어 지질의 교육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의 주요 지점으로 지정돼 있으며, 희귀한 동굴생물과 다양한 지형 구조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흥미로운 자연 수업이 되어 준다.
동굴 특성상 출입구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15분 간격으로 50명씩 제한 입장이 이루어진다. 여름 성수기나 연휴 기간에는 매표가 일찍 마감될 수 있어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며, 애완동물은 입장이 제한된다. 입장 전에는 안전모 착용이 필수이고, 유아도 무료 티켓을 받아야 한다.
단단한 지반을 따라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동안, 이곳을 지나간 시간과 전설, 그리고 지구의 오래된 이야기들이 조용히 말을 건넨다.
고씨굴은 자연의 박물관이자, 인간과 지구의 역사가 함께 숨 쉬는 공간이다. 하루쯤은 이곳에서 시간을 거슬러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10년 전 고씨동굴 구경하다 비싼 선글라스륻ㄴ
계단 밑 깊은 물속에 빠뜨리고 왔는데,
동굴 구경 많이 했지만
고씨동굴은 높이가 낮아 불편하니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