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여행 하러 가기 좋아요”… 소소한 체험과 소박한 정이 있는 국내 여행지

안동 도산면의 예끼마을
수몰의 기억 위에
예술과 공동체가 꽃핀 작은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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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예끼마을 홈페이지

경상북도 안동 도산면 서부리, 안동호를 내려다보는 작은 마을에는 이름부터 특별한 ‘예끼마을’이 있다.

‘예술의 끼’가 흐르는 마을이라는 뜻을 담은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수몰민의 애환과 공동체의 의지가 담긴 치유와 재생의 공간이다.

지금은 골목마다 그려진 벽화와 갤러리, 아기자기한 카페와 공방,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로 가득한 여행지로 거듭났지만, 그 뿌리에는 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이들의 눈물과 삶이 깊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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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예끼마을 홈페이지

1976년 안동댐 건설로 고향 예안마을이 수몰되자, 주민들은 마을이 보이는 인근의 산기슭으로 터전을 옮겼다. 지금의 예끼마을이다.

행정구역상 도산면 서부리에 속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이곳을 예안이라 부른다. 실제로 마을 곳곳에 ‘예안이발관’, ‘예안지점’ 등 옛 지명이 남아 있어 수몰 이전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한때는 사람의 발길이 줄며 점차 잊혀져가던 이곳이 변화를 맞은 건 2014년 ‘이야기가 있는 마을 조성사업’ 이후다.

이후 2015년에는 예술디렉터 한젬마가 참여한 ‘예술마을 조성사업’이 시작되며 마을에 새로운 생기가 불어 넣어졌다. 담벼락마다 벽화가 생기고, 버려졌던 건물들은 갤러리와 공방, 카페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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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예끼마을 홈페이지

동네 끝에서 끝까지 한 걸음이면 다다를 만큼 작지만, 곳곳에 문화와 예술, 공동체의 이야기가 깃든 ‘노천 미술관’ 같은 마을이 된 것이다.

예끼마을에서의 여행은 단순히 걷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마을 중심에 자리한 ‘선성현문화단지’는 이 지역의 깊은 역사까지 품고 있다.

조선시대 관아였던 선성현 관청을 복원한 이곳에서는 형벌체험, 전통 민속놀이 체험 등도 가능하다. 형리청 앞마당에는 사극에서 보던 형틀들이 전시돼 있어 역사 속 처벌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보다 감성적인 체험을 원한다면 예끼도자공방에서 도자기 체험도 할 수 있다. 흙을 만지며 물레를 돌리는 손끝의 집중은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치유의 시간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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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예끼마을 홈페이지

체험은 초보자도 가능하며, 1시간에 15,000원의 비용으로 진행된다. 도자기 외에도 마을에서는 투호, 사방치기 등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민속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예끼마을 인근에는 도산서원, 이육사문학관, 오천군자마을, 퇴계 예던길 등 안동 도산권역의 대표적인 관광자원들이 자리해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일정의 여유로운 여행 코스로도 적합하다.

숙박이 필요하다면 전통 한옥의 온돌방에서 묵을 수 있는 ‘선성현한옥체험관’이 있어 지역 정취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또한, 마을 아래로는 ‘선성수상길’이 펼쳐져 안동호 위를 걷는 특별한 산책도 즐길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의 기억이었을 터전이 예술과 사람을 품으며 다시 살아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여행자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예술과 전통, 역사와 공동체가 어우러진 예끼마을은 도시의 속도에 지친 이들에게 가장 따뜻한 속도로 다가오는 여행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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