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9도, 마르지 않는 물줄기
수천 톤 지하수, 계단식 폭포 이뤄
이무기의 전설, 한강의 시작을 품다

“물이 끊기질 않아요.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검룡소를 찾은 방문객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물줄기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사계절 내내 9도의 수온을 유지하며 하루 2000~3000톤의 지하수가 솟아나는 이곳은, 단순한 계곡이 아니다. 바로 ‘민족의 젖줄’ 한강이 시작되는 지점, 그 신비한 첫걸음이자 자연이 만든 살아있는 지질 교과서다.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해발 1418미터 금대봉 자락 800미터 지점. 대덕산과 함백산 사이의 이 높은 고지에 ‘검룡소’가 자리 잡고 있다. ‘용이 살고 있는 못’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곳은 실제로도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흐름을 보여준다.
검룡소는 단순한 계곡이 아닌 석회암 지형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질 환경을 품고 있다.

바위 틈 사이를 따라 흘러내리는 물은 석회암을 침식시키며 소용돌이 모양의 ‘포트홀’을 만들었고, 이러한 구조는 마치 용이 바위를 휘감고 흐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줄기가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며 암석의 금, 즉 ‘층리’를 따라 깎여나가 계단식 통로가 형성되기도 한다.
1986년, 메워졌던 이 지역을 태백시와 태백문화원이 복원하고 정비하면서 검룡소는 다시금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그 이후, 국립지리원은 1987년 검룡소를 한강의 발원지로 공식 인정했고, 2010년에는 ‘대한민국 명승 제73호’로 지정되었다.
한강의 본류인 남한강의 발원지를 두고 오랜 논란이 있었지만, 검룡소는 실측자료를 기반으로 한 ‘물줄기의 가장 먼 시작점’이라는 개념에 부합한다.
지도상 거리 측정 결과, 곡선거리로는 검룡소가 한강 하구에서 가장 멀다. 오대산 우통수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실제 분출량이나 수온의 안정성 측면에서 검룡소가 압도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검룡소의 물은 금대봉 기슭의 다양한 샘들 — 제당굼샘, 고목나무 샘, 물골의 석간수, 예터굼 — 에서 스며든 지하수가 석회암을 뚫고 다시 솟아난 것이다.
이렇게 솟아오른 물은 골지천으로 흘러 조양강, 동강을 거쳐 남한강 본류로 이어지고, 충주·여주·서울을 지나 서해로 빠져나간다.
정확히 말하면, 검룡소는 대한민국의 동쪽 산기슭에서 시작해 한강을 통해 서해로 향하는 민족의 물길의 시발점이다.
검룡소에는 오랜 세월 구전되어 온 전설도 함께 깃들어 있다. 서해에서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물길을 거슬러 올라오다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야기. 실제로 계곡 곳곳엔 이무기가 지나간 듯한 자국이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물이 솟아오르는 굴 안에는 아직도 검은 용이 살고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검룡소의 지형은 백악기 시대에 형성된 석회암층으로, 무려 1억 5천만 년의 지질학적 시간이 응축돼 있다.

동굴이 만들어지고, 물이 돌을 깎고, 그 자리에 생명이 스며든 이곳은 과거와 현재, 신화와 과학이 맞닿은 공간이다.
태백시는 이 신비로운 자연 유산을 보존하며,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으로서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주차 시설도 갖추고 있어,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물이 마르지 않는 한, 검룡소는 한강의 시작이자, 우리 자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