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웃고, 어른은 쉰다
나무 아래 걷는 그 길 위에서
수목원이 밤을 품기 시작했다

빛이 없는 숲은 오히려 더 깊다. 낮의 부산함이 사라진 저녁,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낯설도록 고요하다. 그 속에서 꽃은 더 향기롭고, 나무는 더 짙다.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자락에 들어선 양구 수목원. 해발 450미터 고지, 거대한 산맥 품 안에 자리 잡은 이곳은 단순한 식물 전시장이 아니다.
아이들은 뛰놀고, 어른은 멈춰 선다. 누군가는 숨을 고르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는다. 누구든 각자의 속도로 자연을 받아들이는 ‘살아있는 정원’이다.
숲을 배우고, 걷고, 느끼는 공간
양구 수목원은 총 세 개의 테마로 구성돼 있다. ‘숲 키움터’는 멸종위기 식물과 희귀한 꽃들을 관찰할 수 있는 보전의 공간이다.
각 식물에는 이름뿐 아니라 그 유래와 전설까지 곁들여져 있어, 꽃을 보는 눈마저 달라진다. 유리온실 안에는 분재와 지피식물들이 어우러져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숲 놀이터’는 이름처럼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형 공간이다. 얕게 흐르는 계곡, 달과 우주선이 조형물로 놓인 우주 놀이터, 그리고 넓은 잔디 광장이 이어진다.
피크닉광장에는 버섯 모양의 쉼터와 그늘진 느티나무가 있어 아이들은 뛸 수 있고, 어른은 쉴 수 있다.
‘숲 배움터’는 이 수목원이 가장 자랑하는 자연 관찰 공간이다. 이곳에는 대암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들이 최소한의 인위만으로 꾸며져 자라고 있다.
금강초롱, 노루귀, 바람꽃 같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야생화들이 계절마다 피고 지며, 숲의 시간과 생명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걷는 이마다 느려지는 그 길 위에서
양구 수목원의 진짜 매력은 ‘걷는 길’에 있다.
구상나무가 줄지어 선 탐방로부터 시작해, 나무 데크 위로 습지를 건너고, 작은 연못을 지나, 다시 무장애길로 이어지는 이 길은 누구든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나무 다리 위를 걸을 때마다 주변의 온갖 푸름이 눈에 쌓인다. 트리 하우스, 그네, 해먹 등이 숲속 여기저기 숨어 있어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이자 탐험 공간이고,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깨우는 복원 장치다.
분재원과 야생동물생태관, 목재문화체험관까지 이어지는 수목원 끝자락은 체험 중심의 학습 공간이다.
DMZ 인근의 생태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들이 구석구석 자리해 있고, 계절과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계절 썰매장은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여름밤이 켜진다
양구 수목원이 낮에만 열리는 곳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달라진다.

양구군은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7월 26일부터 8월 24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야간 개장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시간에는 수목원 입장도 무료다.
수목원 내 독골저수지 울타리길, 구상나무길, 분재원 주변까지 조명이 켜지며 밤 산책의 정취를 더한다.
8월 2일에는 ‘사운드오브포레스트’ 공개방송이 특별무대에서 열린다. 여행스케치, 유리상자, 펀치가 출연해 숲속 밤공기 속에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낮에는 햇살 따라 꽃길을 걷고, 바람에 실려온 풀냄새에 잠시 멈춘다. 아이의 웃음이 숲에 퍼지고, 어른의 걸음은 조용히 자연의 속도로 맞춰진다.
양구 수목원은 그렇게 하루의 시간을 천천히 채운다. 그리고 이제, 그 하루가 밤으로 이어진다. 빛이 깃든 숲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는 여름밤. 양구 수목원은 그 긴 여운까지 품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