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초록 물결이 출렁이는 곳
별빛과 운해가 덮고 가는 언덕
여름, 청량한 고랭지에 몸을 맡기다
바람만 불었을 뿐인데, 눈앞이 탁 트였다. 푸르게 물든 언덕과 회전하는 풍력발전기, 그 사이를 가르며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친다.
강원도 태백 매봉산 정상의 ‘바람의 언덕’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여름을 심는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태백시는 7월 26일부터 8월 3일까지 9일간 매봉산 바람의 언덕을 찾는 이들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24일 밝혔다.
당초 한국중부발전 세종발전본부의 풍력발전기 안전조치 공사로 일시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공사 일정이 조정되며 다시 운행이 가능해졌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편의를 넘어 관광객 급증에 따른 교통 혼잡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대응이기도 하다.
태백시는 전문 인력을 현장에 배치하고, 셔틀 승·하차 지점을 매봉산 슬로우트레일 주차장과 삼수령 두 곳으로 늘려 혼잡도를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셔틀버스는 중형버스 2대를 투입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매봉산 전망대를 왕복한다.
태백시는 “뜨거운 여름에 시원한 바람을 즐기러 오는 방문객들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하게 다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바람이 만든 초록의 파도, 매봉산 정상
해발 1,304미터 고지에 위치한 매봉산 바람의 언덕은 원래 1960년대 화전민 정착지 조성 사업으로 시작됐다. 이후 2003년부터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서 지금의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이곳은 40만여 평에 이르는 고랭지 배추밭이 정상부터 산기슭까지 펼쳐져 있다. 여름이면 초록 물결처럼 흔들리는 배추밭 위로 하얀 풍력발전기들이 우뚝 서 있어, 마치 유럽의 고원지대를 떠오르게 만든다.
바람은 이곳의 상징이자 에너지다. 연평균 초속 8.3미터에 달하는 강풍은 친환경 풍력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동시에 관광객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걷기만 해도 바람이 땀을 식히고, 눈앞에 펼쳐진 푸른 대지가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태백의 여름은 그렇게 매봉산 위에서 특별하게 흐른다.
밤이 되면 별빛이 내려앉는 언덕
햇살이 사라지면 바람의 언덕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고랭지 벌판 위, 별과 은하수가 촘촘히 쏟아지는 밤하늘이 사진가들을 부른다.
돗자리를 펴고 누우면 별빛이 말없이 내려앉고, 수백 년을 달려온 빛이 눈앞에서 반짝인다.
은하수를 찍으러 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밤 시간에만 한해 차량 진입이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름밤에도 옷깃을 여밀 만큼 바람이 거세니 반드시 방한복 준비는 필수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은 철저한 배려 위에서만 유지된다. 고랭지 배추밭은 지역 주민들의 생업 현장이며, 무단 입장이나 농작물 훼손, 허가받지 않은 야영과 차박은 금지되어 있다. 자연을 즐기기 위해선 그만큼의 예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자연 속으로 떠나는 길, 계획이 필요하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은 국도 제35호선과 맞닿아 있고, 태백터미널에서 시내버스 13번을 타면 20~3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다만 평소에는 교통이 불편할 수 있어 사전 계획이 필요하며, 이번 여름처럼 셔틀버스가 운영되는 시기에는 더욱 접근이 용이해진다.
해발 1,000m를 넘는 귀네미마을에도 65만 3천㎡에 이르는 배추밭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고, <1박2일> 등 방송을 통해 소개되며 매봉산은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계절을 막론하고 언제든 고요하고 거대한 자연의 품속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도시의 무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최고의 피서처다.
일출과 운해, 푸른 물결과 별빛, 그리고 바람. 그 어느 것 하나 인공적이지 않은 이 풍경은, 여름의 기억을 더욱 짙고 선명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