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과 하회마을,
옥연정사로 잇는 붉은 여름 풍경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병산길 386에 자리한 병산서원(사적 260호)은 낙동강을 끼고 병산의 푸른 절벽과 맞닿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으로 불린다.
1572년(선조 5) 서애 류성룡의 뜻에 따라 옮겨온 풍악서당에서 시작해, 서애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1613년 존덕사를 창건하며 오늘날의 서원이 됐다.
서애와 그의 아들 류진을 함께 배향하고 있으며, 1863년 사액을 받아 서원으로 승격된 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남은 47곳 중 하나로 그 역사적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병산서원은 특히 8월부터 초가을까지 120여 그루의 배롱나무꽃이 만개하며 전국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을 불러모은다.
존덕사와 전사청 주변에 자리한 400년 된 보호수 6그루를 비롯해 붉은 꽃들이 서원의 고즈넉한 풍경을 물들이며, 서애의 학문과 정신을 상징하는 듯한 기품을 더한다.
서원 입구의 소박한 솟을삼문인 복례문을 지나면 ‘취병의만대(翠屛宜晩對)’라는 시구에서 이름을 딴 7칸 규모의 만대루가 눈앞에 펼쳐진다.
거대한 통나무 계단과 휜 기둥, 거칠게 다듬은 주춧돌로 지어진 이 누각은 인공의 요소를 최소화해 낙동강과 병산을 그대로 품어낸다.

입교당 마루에 앉아 바라보면, 기둥 사이로 흐르는 강물과 병풍처럼 둘러싼 산세가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된다.
병산서원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옥연정사(국가민속문화재 88호)와 부용대는 여름 여행의 정취를 더한다. 서애 류성룡이 《징비록》을 집필한 곳으로, 정자 앞마당의 소나무와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툇마루 풍경이 한적하다.
옥연정사로 가는 길에 ‘부용대 450보’ 이정표를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하회마을과 낙동강이 S자 곡선을 그리며 감싸는 장관이 펼쳐진다.
하회마을(국가민속문화재 122호)에서는 풍산 류씨 집성촌의 전통 한옥과 고가들을 거닐며, 보물로 지정된 양진당과 충효당, 그리고 영모각에서 서애의 유품을 살펴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심은 구상나무와 함께 서애의 충효 정신을 느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또한, 풍산읍의 체화정은 붉은 배롱나무꽃과 정자가 한 몸처럼 어우러진 또 다른 여름 명소다. 연못 위로 비친 배롱나무꽃 그림자가 정자의 멋을 배가하며, 단원 김홍도가 남긴 ‘담락재’ 현판이 이곳의 예술적 가치를 더한다.
8월, 병산서원과 옥연정사, 하회마을을 잇는 이 여정은 고즈넉한 역사와 여름의 화려한 색채가 공존하는 특별한 여행길이 된다.
붉게 물든 배롱나무꽃 그늘 아래서 서애의 정신을 느끼고, 낙동강과 병산의 풍경을 벗 삼아 걸으면 무더위마저 잊게 되는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안동의 8월 정취를 만끽하려 꼭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