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기가 영화 속 그 숲이었다니”… 자연이 숨 쉬는 편백나무 산책길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
전주에서 15분 거리의 힐링숲
피톤치드로 채워지는 깊은 숨 한 모금
산책
출처: 한국관광공사 (완주상관편백숲)

“대낮인데 왜 이렇게 어두운 거야?”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딘 사람이라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여름 한낮에도 깊은 그늘로 가득한 숲.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마저 조용히 스며드는 전북 완주 상관 공기마을의 편백숲은 그렇게 사람을 단번에 정적 속으로 끌어당긴다.

이 숲은 1976년 조림사업으로 시작됐고, 이후 2009년 숲 가꾸기 사업을 거쳐 본격적으로 개방됐다. 편백, 삼나무, 낙엽송이 어우러진 86헥타르 규모의 산지엔 10만 그루의 나무가 하늘을 가릴 만큼 빼곡하게 자란다.

최근에는 ‘치유의 숲’이라는 이름답게 심신 회복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바닥에는 낙엽과 흙길이 부드럽게 깔려 있어 맨발로 걷는 이들도 있다.

인공적인 구조물이 거의 없어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를 간직한 이곳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고, 평일에는 혼자 찾아와 조용히 사색하는 이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영화 속 장면 같은 풍경

완주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의 편백숲은 한때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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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완주상관편백숲)

그러다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로 사용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영화의 긴장감 넘치는 장면과 숲의 정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덕이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 비교적 가까운 위치도 장점이다. 내비게이션에 ‘상관 편백숲 공영주차장’을 입력하면 쉽게 도착할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조금만 걸으면 울창한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 후 약 1km를 걸어야 하며, 이 도보 구간 역시 고즈넉한 시골길로 숲으로 향하는 길마저도 여유롭다.

나무와 걷는 길, 나를 돌아보는 시간

편백숲은 단순히 나무를 바라보는 공간이 아니다. 숲속을 거닐 수 있는 오솔길이 잘 마련돼 있어 산책이나 가벼운 트레킹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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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완주상관편백숲)

일반적으로 ‘편백숲 쉼터’에서 시작해 임도의 반환점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걷는다. 편도 약 3.5~4km 거리로, 왕복 2~3시간이면 충분하다.

걸음을 옮길수록 짙어지는 피톤치드 향, 땅 위에 드리워진 시원한 그림자, 어디서든 펼쳐지는 초록빛 풍경은 생각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텐트를 치고 책을 읽는 이, 돗자리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이, 가족 단위로 숲속 소풍을 나온 이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숲을 향유한다.

산책길은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계곡물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까지도 배경음악처럼 어우러지며, 자연의 품속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 제격이다. 곳곳에는 벤치와 작은 쉼터도 마련되어 있어 잠시 앉아 숨을 고르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이곳의 큰 장점은 입장료나 주차비가 없다는 점이다. 사계절 내내 개방되며, 언제든 찾아와 자연 속에서의 쉼을 누릴 수 있다.

마을이 가꾼 숲, 모두의 쉼터가 되다

이 편백숲은 누군가 외부에서 조성한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직접 심고 가꾼 나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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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완주상관편백숲)

1976년, 죽림리 주민들은 약 10만 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었고, 4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며 오늘날의 울창한 숲이 탄생했다. 이름처럼 ‘죽림리(竹林里)’였던 마을이 이제는 ‘편백의 숲’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산자락을 따라 펼쳐지는 숲은 단지 풍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기마을 사람들의 삶의 역사이자 자연과 함께 만든 예술 작품에 가깝다. 빽빽한 숲 한가운데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완주의 편백숲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자연이 오래 걸려 완성한 힐링의 공간이며, 소중히 보존해야 할 숲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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