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숨은 비경, 가의도
동백 향 가득한 섬마을 산책
기암절벽과 파도 소리가 만든 풍경

여름이면 누구나 바다나 계곡을 떠올리지만, 진짜 여름의 여유는 의외의 곳에서 찾아온다. 북적이는 해수욕장을 피하고 싶다면, 한적한 섬마을로 향해보자.
태안반도 서쪽 바다 위에 자리한 작은 섬, 가의도는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숨은 피서지’다. 배를 타고 약 40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섬은 동백 향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도시의 무거운 공기는 온데간데없고 청량한 바람과 자연의 향기가 맞아준다.
바다를 따라 걷다 보면 기암절벽이 늘어선 해안과 오염되지 않은 백사장이 펼쳐지고, 인근 정족도 방향에서 들려오는 갈매기와 가마우지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린다.
특히 봄과 여름에는 뻐꾸기와 멧비둘기의 울음이 숲에 번져 한층 더 정취를 더한다.
천연림과 백사장이 주는 여름 피서
가의도의 가장 큰 매력은 섬 전체를 감싸고 있는 원시 천연림이다. 동백나무와 떡갈나무가 빽빽하게 이어진 숲은 한여름에도 그늘을 드리우며 시원한 바람을 만든다.
마을 한복판 언덕에 늠름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는 마치 섬의 수호신처럼 여행객을 맞이한다.
섬 북동쪽에는 작은 백사장이 자리 잡고 있다. 물은 맑고 바닷바람은 청량해 한낮에도 무덥지 않아, 잠시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쉬기 좋다.
태안 앞바다의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한적함이 살아 있어 여유로운 피서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섬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자연이 만든 조각 작품들이 눈에 띈다. 코끼리가 아기를 업은 듯한 모양의 코끼리바위를 비롯해 독립문바위, 사자바위, 돛대바위가 바다 위에 흩어져 있다.

특히 안흥항에서 가의도로 향하는 배에 오르면, 죽도·부엌도·목개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이어져 서해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배를 타고 들어오는 길마저 이미 여행의 일부다.
섬의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방으로 펼쳐진 서해의 리아스식 해안과 푸른 숲, 그 사이로 흩어진 섬들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스르르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흘린 땀이 식어가며, 도시에서 쌓인 피로가 씻겨 내려간다.
가의도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며 멸치, 까나리, 미역 등을 잡는다. 마을은 조용하고 소박하며, 바다 냄새와 함께 작은 섬마을 특유의 정취가 묻어난다. 여행객은 이곳에서 한나절만 머물러도 일상과 전혀 다른 시간을 느낄 수 있다.

복잡한 여름 피서지가 지겹게 느껴진다면, 파도와 숲이 어우러진 가의도로 떠나보자.
화려한 볼거리가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 속에서 걷고 쉬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여름 여행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