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도 인정한 가장 아름다운 숲”… 시원한 바람이 분다는 힐링 소나무 숲

영축산 자락 따라 걷는 무풍한송길
걷는 이마다 마음을 비추는 숲
소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무풍한송길)

경남 양산시 통도사로 향하는 길목, 영축산 자락에 숨은 듯 놓인 숲길 하나가 있다. 이름부터 시적인 ‘무풍한송길(舞風寒松)’.

말 그대로 ‘바람이 춤추는 시원한 소나무 길’이라는 뜻의 이 길은, 발로 걸어야 비로소 느껴지는 숲의 진심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이 길은 통도사 입구 영축산문에서 시작해 부도원 입구 선자바위까지 이어지는 1.5km 남짓한 오솔길로, 2018년 산림청이 주최한 ‘제1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대상인 생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소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무풍한송길)

무풍한송길의 진가는 직접 걸어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다. 자동차를 타고 통도사 인근까지 이동할 수 있지만, 그렇게 도착하면 이 길은 그저 계곡 건너 숲 너머의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도보로 나서야만,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굽이굽이 춤을 추듯 휘어진 소나무의 자태, 그리고 숲길 사이사이에 새겨진 불교 경전의 글귀들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다. 걷는다는 행위 자체가 이 숲의 진면목을 비추는 렌즈인 셈이다.

무풍한송길을 이루는 소나무들은 대부분 수령이 100~200년 이상 된 아름드리로, 단정하게 곧은 나무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이 소나무들은 제각기 다른 리듬으로 휘어오르고, 구불구불 허리를 틀며 바람과 장단을 맞춘다.

어떤 나무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고, 또 어떤 나무는 땅 가까이 엎드린 채 묵묵히 삶을 견디는 자세로 서 있다.

소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무풍한송길)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처럼, 이 길의 나무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고단함과 시간을 품은 생명의 흔적이다.

이 숲길을 걷는 동안 사람들은 발걸음을 자연스레 늦추게 된다. 중간중간 눈에 띄는 <법구경>의 문구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욕심보다 더한 불길이 없고, 성냄보다 더한 독이 없으며, 몸뚱이보다 더한 짐이 없고, 고요보다 더한 즐거움이 없다.” 바쁘게 살아오며 잊고 지냈던 삶의 방향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무풍한송길은 단순한 숲길이 아니라, 걸을수록 걷는 이의 마음까지 환기시키는 길이다.

소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무풍한송길)

이 숲길의 시작점인 통도사는 한국 불교 3보 사찰 중 ‘불보사찰’로 불린다. 창건자인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기 위해 643년에 세운 사찰로, ‘부처가 머무는 산’이라 불릴 만큼 깊은 상징성과 역사를 품고 있다.

사찰 뒤편 영축산은 불교 경전 <화엄경>이 설해졌다는 인도의 영축산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만큼 통도사는 단순한 종교 공간이 아닌, 깨달음과 성찰의 공간으로 오래도록 자리해왔다.

오늘날 무풍한송길은 통도사와 양산시청이 함께 관리하며 그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다. 그 결과, 한여름의 더위 속에서도 나무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은 에어컨보다 더 깊은 청량함을 선사한다.

자연의 숨결과 인간의 사유, 그리고 오랜 불심이 어우러진 무풍한송길은 여름의 더위 속에서도 쉼과 치유를 전해주는 가장 깊은 숲, 가장 조용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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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곳이 있다니 감탄만 나오네요 기회가된다면 꼭한번가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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