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과 폭포, 그리고 전설이 함께 흐르는
밀양 구만산 계곡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봉의리에 위치한 구만산(九萬山)은 임진왜란 당시 무려 9만 명의 백성이 이곳으로 피란해 전란을 피했다는 전설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산이다.
밀양과 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이 산은 해발 785m로 높지 않지만, 동서로 병풍처럼 솟아오른 수직 암벽과 남북으로 좁고 깊게 뚫린 협곡이 인상적인 절경을 자랑한다. 이 협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바로 구만계곡이다.
총 길이 8km에 달하는 구만계곡은 ‘통수골(洞簫谷)’ 또는 ‘구만동천’으로도 불린다. 골짜기가 마치 깊은 통속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물길을 따라 들어서면 과연 왜 이곳에 전란을 피해 9만 명이 숨어들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외부와 차단된 듯한 자연의 요새가 펼쳐진다.
수십 미터 절벽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옥빛 계류와 곳곳에 자리 잡은 넓은 암반, 담소(沼水)들은 설악산 천불동을 연상시킬 만큼 웅장하고 신비롭다.
이 계곡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구만폭포다.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약 1시간 정도 걸으면 만나게 되는 이 폭포는 높이 42m의 수직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대한 물줄기와 그 아래 자리한 직경 15m에 달하는 깊은 못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가 퉁소 소리처럼 울린다고 하여 ‘통소폭포’라고도 불린다. 주변에는 벼락듬이, 아들바위, 상여바위, 병풍바위, 부엌바위, 미역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해 걷는 내내 자연이 만든 조형미에 감탄하게 된다.

구만산은 오래전부터 계곡 산행의 명소로 알려져 있었고, 특히 여름철이면 맑고 시원한 물줄기와 그늘진 협곡 덕분에 등산객과 피서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인공 동굴인 ‘구만굴’은 현재 인명 사고로 인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영남 알프스 마지막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구만산장캠핑장은 황토방도 있어 이열치열(以熱治熱) 여름을 나기에 더없이 좋다.
캠핑장에서 사우나를 한 뒤에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그만한 즐거움이 없다. 가족 단위 여름 휴가로 제격이다.

절벽과 폭포, 신화 같은 역사와 탁월한 계곡까지 모두 품은 밀양 구만산 계곡은 여름에 더욱 빛을 발하는 숨겨진 명소다.
첩첩한 산세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선조들이 남긴 이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특별한 여름 여행지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