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소나무숲과 절벽 아래
강물 흐르는 곳
제천 탁사정이 돌아왔다

한동안 접근할 수 없었던 제천의 명소 탁사정 산책로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십여 년간 닫혀 있던 이 산책길은 오랜 기다림 끝에 ‘탁사정 관광자원화 개발사업’을 통해 다시 시민과 여행객의 품으로 돌아왔다.
제천시는 지난 29일 준공기념행사를 열고 폭 1.5~3.0m, 길이 50m의 데크로드와 보행매트, 안전시설물 등을 갖춘 산책로를 공식 개방했다.
탁사정은 원주에서 제천으로 들어오는 국도변, 절벽과 강물 사이에 조용히 자리한 곳으로 제천 10경 중 하나다.

단순한 산책 명소를 넘어선 이곳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고한 인격을 되새기게 하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회자돼 왔다. 이름도 남다르다.
‘탁사정(濯斯亭)’은 중국 초나라 굴원이 지은 ‘어부사’에 등장하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더러우면 내 발을 씻는다”는 표현처럼, 삶에 지친 이들이 자연 속에서 정화와 위안을 얻는 공간으로 탁사정을 비유한 것이다.
탁사정은 역사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지닌다. 조선 선조 때 제주 수사로 있던 임응룡이 고향으로 돌아오며 심은 해송 여덟 그루 ‘팔송’에서 유래했고, 그의 후손들이 정자를 지으면서 ‘팔송정’으로 불리다가 후에 ‘탁사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6.25 전쟁 때 불에 탄 후 1957년에 재건되었으며, 최근에는 제천시의 정비 사업을 통해 다시금 모습을 가다듬었다.

탁사정을 대표하는 정자 건물은 지금도 사유지에 위치해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나, 정자 주변으로 이어진 산책길은 누구나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길은 원주 방향에서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꺾으면 나오는 진입로를 따라 5분 남짓 오르면 금세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무리 없는 코스다. 주변을 에워싼 소나무 숲과 강물, 기암절벽의 조화는 도심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개방을 통해 탁사정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다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되면서 제천은 또 하나의 힐링 명소를 되찾게 됐다.
시는 탁사정 산책로를 단순한 보행 공간이 아닌 머물고 싶은 관광지, 걷고 싶은 길로 꾸며가고 있으며, 산책로 내에서는 취사·캠핑·쓰레기 투기 금지 등 기본 질서 유지와 함께 쾌적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여름, 탁사정에서 시원한 강바람과 고요한 숲속 풍경, 그리고 새로 열린 산책길을 걸으며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보는 것은 어떨까.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길 위에 다시 피어난 풍경은 걷는 이에게 더없이 특별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