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을 따라 펼쳐진 석영빛 여울
청송 백석탄의 고요한 조각미

경상북도 청송군 안덕면 백석탄로 258에 위치한 백석탄 계곡은 ‘하얀 돌이 반짝이는 개울’이라는 이름 그대로, 눈처럼 희고 반짝이는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으로 유명하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되어 있는 이곳은 청송 8경 중 으뜸으로 꼽히며, 그 아름다움은 ‘와이리 고운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백석탄은 자갈, 모래, 진흙과 같은 퇴적물이 오랜 세월 쌓이고 굳어져 만들어진 퇴적암 지형으로, 그 안에 석영과 장석 같은 흰색 광물 입자가 많이 포함돼 있어 특유의 백색을 띤다.

이 퇴적암은 세차게 흐르는 물살에 의해 오랜 시간 동안 침식되어 포트홀(돌개구멍)이라는 독특한 구멍 형태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자연의 조각 작품은 계곡 전역에 걸쳐 이어지며, 때로는 옥 같은 여울을, 때로는 알프스의 설산 일부를 떼어다 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치는 조어대와 가사연, 장군대 같은 유서 깊은 지점들도 눈에 띈다. 조어대는 예로부터 선비들이 낚시하며 시상을 떠올렸다는 바위 위 명소이며, 가사연은 그 풍경에 취한 시인들이 노래를 지은 곳이다.
병자호란 때 순절한 김몽화 장군의 갑옷과 투구를 묻었다는 장군대도 이 계곡 언덕 위에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백석탄은 가을이면 산비탈을 따라 이어지는 단풍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녹색길 3구간의 백미로 꼽히기도 한다.
고즈넉한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곡의 기암괴석과 맑은 물길, 단풍잎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화를 완성한다.
조선 인조 때 이곳에 터를 잡은 송탄 김한룡이 마을 이름을 ‘고계’라 지었고, 후에는 백석탄의 절경에 감탄한 고두곡 장수가 ‘고와동’이라 부르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이야기는 백석탄이 단순한 자연명소를 넘어 조선의 기록과 기억이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눈부신 백색의 바위들 위로 흐르는 물살, 포트홀과 퇴적암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지형, 그리고 이를 둘러싼 청송의 고요한 산세는 백석탄을 단순한 피서지를 넘어 우리 강산의 보기 드문 걸작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올해 여름에 시원한 계곡 물놀이 뿐만 아니라 백색 바위가 주는 신비로운 경관을 감상하고 싶다면 백석탄 계곡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