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과 이도령이 사랑을 맺은 곳
광한루원의 여름은 진분홍빛으로 물든다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요천로 1447에 위치한 광한루원은 고전소설 ‘춘향전’ 속 이몽룡과 성춘향이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눈 장소이자 조선 전기에 조성된 대표적인 누각 정원으로 오랜 세월 낭만과 전통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지금 이곳에는 여름의 한가운데를 붉게 물들이는 배롱나무꽃이 만개해 고즈넉한 전통건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광한루는 원래 1419년 황희 정승이 유배되어 지은 ‘광통루’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세종 26년(1444) 정인지가 월궁 속 ‘광한청허부’에 착안해 이름을 바꾸었고, 1626년 신감 부사에 의해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조선 후기 문예 부흥기에는 판소리계 소설 <춘향전>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지며 국악과 문학의 중심지로도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광한루는 경회루, 촉석루, 부벽루와 함께 한국 4대 누각으로 손꼽힌다.
광한루원은 단순한 누각을 넘어 정원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 공간처럼 구성돼 있다. 연못은 은하수를 상징하고, 그 위를 잇는 돌다리 ‘오작교’는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사랑의 다리로 연출되어 있다.
또한 연지에는 연꽃이 피어 ‘지상의 낙원’ 삼신산을 형상화하며, 사랑의 이야기와 우주관이 녹아든 전통 정원의 정수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지금 광한루원은 진분홍빛 배롱나무 꽃으로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누각 주변으로 가지런히 심어진 배롱나무들은 7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햇살을 머금은 꽃잎들이 광한루의 처마와 어우러지며 산책로를 걷는 이들에게 시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SNS에서는 광한루원을 ‘배롱나무 인생샷 명소’로 소개하며, 연못과 다리, 전통 누각 그리고 붉게 물든 꽃의 조화 속에서 한 장의 엽서 같은 사진을 남기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유재란으로 소실된 후 재건되며 여러 차례 보수와 중수를 거친 광한루는 문화재적 가치뿐 아니라 건축적으로도 주목받는다.
특히 1879년 북쪽으로 기운 건물을 보정하기 위해 설치된 ‘월랑(月廊)’은 우리나라 누각 건축사에서 최초로 층계 구조를 갖춘 사례로, 누각의 미적 구조미를 극대화한 요소로 평가된다.

광한루원의 앞뒤에는 ‘호남제일루’, ‘계관’, ‘광한루’라는 세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이 현판들은 호남 최고의 누각이라는 자부심과 더불어, 달나라 월궁이라는 상상 속 공간과 정원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고전의 배경이자 살아 숨 쉬는 정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배롱나무 꽃으로 붉게 타오르는 광한루원은, 과거와 현재, 이야기와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한여름 최고의 산책 명소다.
이도령과 춘향이 만났던 그 다리 위를 배롱나무 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걸어본다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장면이 하나 생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