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 ‘오픈런’으로 우르르 줄 섰다”… 외국인 관광객 몰리고 있다는 서울 관광지

폭염·폭우 실내 관광지로 몰리는 발길
국립중앙박물관 이례적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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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1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앞 광장이 입장을 대기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최근 폭염과 간헐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경로가 바뀌고 있다. 대표 관광지였던 경복궁, 명동 대신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다.

K-콘텐츠 인기와 여름방학 관광 수요가 겹치며, 박물관은 연일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앞 열린마당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4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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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7월 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관 시각인 10시가 되자 기다리는 관람객 수는 700명을 넘어섰고, 일부는 줄을 포기하고 야외 계단에 앉아 기다리거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눈에 띄게 많았다. 가족 단위는 물론 혼자 박물관을 찾은 이들도 많았고,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번역 앱을 이용해 안내문을 확인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한 외국인 방문객은 “닷새 일정 중 하루는 시원한 곳에서 쉬고 싶어 박물관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인 관람객은 “경복궁으로 갈까 했지만, 도심의 복사열이 너무 심해서 박물관으로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하며 박물관의 시원한 실내 환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날씨 예보를 보고 일정을 바꾼 관광객들도 있었다. 한 방문객은 “폭우 소식을 듣고 실내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찾다 보니 박물관이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식당과 카페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장시간 머물기에 적합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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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7월 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박물관 측은 실제로 관람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7월 한 달 동안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약 69만 4천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방문객만 해도 약 2만 5천 명에 달한다. 특히 7월 30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341만 명을 넘어섰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간 400만 명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기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과도 무관치 않다. 작품 속 캐릭터와 닮았다는 이유로 박물관 굿즈인 ‘까치호랑이 배지’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입구를 안내하던 관계자는 “최근 몇 주 동안 이 굿즈를 찾는 외국인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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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1 (7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 매장 ‘뮷즈샵’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켰던 까치 호랑이 배지가 판매되고 있다)

혼잡한 관람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주말에는 주차장과 인근 도로 정체가 심해지고 있으며, 전시관 내 밀집도도 높아져 관람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박물관 측은 관람객 분산을 위해 평일 방문과 수요일 야간 개관 이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방호 인력과 주차 안내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관람 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어린이박물관 신축 계획도 추진 중이며, 관련 연구용역과 예산 반영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박물관은 앞으로도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해설 서비스를 확대하고, 외국어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한 정보 제공도 강화할 방침이다.

여름철 더위와 비를 피해 관광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은 점점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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