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 천국이네”… 배롱나무와 연꽃을 보는 삼국시대 연못

신라 전설 깃든 연못 위
여름 꽃이 피어오르다
배롱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서출지)

경상북도 경주시 남산1길 17, 경주 남산 자락 마을 한가운데에는 신라의 전설이 서린 삼국시대 연못 서출지(書出池)가 자리하고 있다.

여름이면 연못 안팎으로 연꽃과 배롱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꽃의 계절’을 실감하게 하는 이곳은 단순한 연못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기 488년 신라 소지왕 시절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함께, 이 연못은 신라의 정치적 긴장과 민속신앙, 불교 전래의 갈등이 교차하는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배롱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서출지)

전설에 따르면 소지왕이 정월 보름날 남산 기슭의 정자 ‘천천정’으로 향하던 중, 쥐가 까마귀를 따라가 보라고 말을 걸었다.

신하가 그 길을 쫓다가 돼지 싸움에 정신이 팔려 까마귀를 놓쳤고, 그 순간 연못 가운데에서 풀옷을 입은 한 노인이 나타나 왕에게 전해달라며 봉투를 건넸다.

‘열면 두 사람 죽고, 열지 않으면 한 사람 죽는다’는 글귀가 적힌 봉투 속에는 거문고 갑을 쏘라는 지시가 있었고, 이를 따른 왕은 왕비와 승려의 모의를 알아채고 목숨을 구했다. 이처럼 글이 나온 못이라 하여 ‘서출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연못은 단지 전설로만 주목받는 곳이 아니다. 여름이 되면 연못 안에서는 연꽃이 은은한 향기를 피우고, 주변에서는 분홍빛 배롱나무 꽃이 부드럽게 바람에 흔들려 경주의 고요한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배롱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서출지)

특히 고대 삼층석탑 두 기가 자리한 남산 마을의 전경 속에 피어나는 이 계절의 색은, 조용한 역사 유적지에서 오히려 더욱 짙은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조선 현종 5년(1664년)에는 임적이라는 인물이 이 연못가에 건물을 짓고 글을 읽으며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현재도 연못 서북쪽에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그 건물이 남아 있어,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인근에는 역사문화지구와 첨성대 등이 있어 함께 둘러볼 관광지도 많아, 여름 경주 여행 시 방문해 사진을 남기고 가기 좋은 장소다.

배롱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서출지)

여름 경주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서출지는 조용한 꽃길을 따라 옛 전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특별한 여름 정원이다.

연못에 피어난 연꽃과 배롱나무 아래에서, 천 년을 넘긴 재미있는 설화를 떠올리며 서출지를 산책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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