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비경,
그리고 해양 생태가 공존하는 제주 범섬

제주 서귀포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5㎞ 떨어진 해상에 자리한 범섬은 멀리서 바라보면 커다란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듯한 형상으로, ‘호도(虎島)’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면적은 약 8만 4,298㎡, 남북 길이 0.58㎞, 동서 길이 0.45㎞로 남북이 긴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섬 전체가 깎아지른 듯한 단애로 둘러싸여 있고, 중앙부는 비교적 넓은 평지를 이루며 남쪽 가장자리에 용천수가 솟는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지만, 신비롭고 기괴한 자태는 수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범섬의 명물 중 하나는 해식 쌍굴이다. 전설에 따르면,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울 때 뻗은 두 발이 섬에 굴을 뚫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이 깃든 범섬은 유람선을 타고 주변을 한 바퀴 도는 해상 관광 코스로 인기가 높다. 섬 주변에는 암초가 발달해 참돔, 돌돔, 감성돔, 벵어돔, 자바리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며, 계절마다 낚시가 가능하다.
여름철(6~7월)에는 감성돔과 뱅어돔, 참돔이, 겨울철에는 자바리와 돌돔이 낚시꾼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나 범섬이 진정한 명성을 얻는 이유는 스킨스쿠버와 스노클링 명소로서의 매력이다. 인근 문섬과 함께 연산호 군락지가 발달해 있으며, 세계적으로 희귀한 후박나무가 자생하고 천연기념물 흑비둘기의 번식지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 해역은 한국 특산 해양 생물의 신종·미기록종이 다수 발견되는 곳으로, 남방계 해양 생물 다양성을 대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범섬과 주변 해역은 2022년 1월부터 출입제한구역으로 지정돼, 낚시·해상 레저 등 모든 활동 시 국가유산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허가 절차를 거쳐 찾는 이들은 범섬의 청정 바다와 생태계를 직접 체험하며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해저 경관을 만끽한다.
거친 파도와 암초가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바다 풍광, 바닷속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산호와 어류, 그리고 전설이 깃든 기암절벽까지, 범섬은 자연과 역사, 모험이 공존하는 국내 최고의 해양 탐험지로 손꼽힌다.

범섬은 서귀포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접근할 수 있으며, 날씨에 따라 동굴 진입이 불가할 수 있으니 일기 예보를 확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올해 제주도에서 관광지가 아닌 특색 있는 섬 여행을 하고 싶다면, 범섬에 방문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인근에 있는 문섬, 섶섬, 새섬 역시 방문하기에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