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의 생활 지혜와
배롱나무가 어우러진 논산 명재고택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노성산성길 50에 위치한 명재고택은 조선 숙종 때 학자 윤증(1629∼1714) 선생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집으로, 조선 중기의 전형적인 호서지방 양반가옥의 품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984년 국가민속문화재 제190호로 지정된 이 고택은 안채를 중심으로 광채와 사랑채가 기능적으로 배치된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특히 수납공간인 광채를 안채와 비껴서 배치해 비, 바람, 햇빛 등 자연환경에 슬기롭게 대응한 점은 당시 주거문화의 세련된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남쪽 바깥에는 네모진 연못이 자리해 조선시대 전통 연못 기법을 보여주며, 연못 안 작은 원형 섬과 300년 세월을 함께한 배롱나무는 여름 절정의 붉은 꽃을 피워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연못 가장자리에는 장독대가 줄지어 놓여 있어 옛 생활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고택의 중심인 안채는 외부인의 시선이 닿지 않도록 설계돼 독립성과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ㄷ’자형으로 배치된 안채는 여성 공간인 대청과 퇴마루로 연결돼 좌우 공간의 독립성을 확보했다.
넓은 대청은 제사와 가족 모임이 열리는 장소로,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통하는 휴식처 역할도 한다. 사랑채는 집의 바깥주인이 손님을 맞고 휴식을 취하는 공적 공간이다.
전면에 농토와 정원을 바라보는 누마루가 있어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창틀의 황금비율에 가까운 균형미가 인상적이다. 큰방과 작은방이 미닫이와 여닫이로 연결돼, 다른 고택에서는 보기 힘든 독창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명재고택은 관람 외에도 숙박이 가능하다. 사랑채 독채(70㎡)는 최대 12명까지 머물 수 있으며, 비수기와 성수기 구분 없이 주중·주말 요금이 동일하게 54만 원이다.
이외에도 초가, 건넌방, 큰사랑, 작은사랑, 초가2 등 다양한 객실이 마련돼 있으며, 모든 객실에 목욕시설과 에어컨이 구비돼 있다. 초가2는 5명까지 숙박 가능하며 15만 원으로 비교적 부담 없이 고택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하절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동절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고택 내부에서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음식물 반입과 지정되지 않은 장소 출입, 드론 촬영 등이 금지된다.
명재고택을 한 바퀴 둘러보는 사색의 길은 1코스(735m, 약 20분)와 2코스(1210m, 약 40분)로 나뉘며, 노성산과 선비계단, 전망대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여름, 붉게 만개한 배롱나무 꽃잎이 장독대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명재고택은 단순히 옛집을 둘러보는 것이 아닌, 조선 선비의 생활 지혜와 계절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라면 부모님과 함께하는 효도 여행도, 가족과의 여름 휴가도 한층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