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계곡이 품은 불교 전성기의 숨결
신선을 맞이한다는 이름의 정자와 암
영월의 역사와 자연이 만나는 명소

8월, 어디로 떠날지 고민이라면 강원 영월의 요선정·요선암이 좋은 답이 된다. 이곳은 여름 특유의 짙은 녹음과 시원한 계곡물, 그리고 천년을 이어온 역사가 한데 어우러진 여행지다.
치악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법흥천과 만나 맑은 계곡을 만들고, 그 물길 옆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정자는 더위 속에서도 바람을 불러온다.
바위 위에 새겨진 ‘요선암’이라는 세 글자는 마치 이곳의 품격을 상징하듯 선명하며, ‘신선을 맞이한다’는 뜻처럼 찾는 이의 마음을 맑게 씻어준다.
여름 여행지로서의 시원함과 문화유산이 지닌 깊이가 동시에 느껴져, 짧은 피서에도 오랜 여운을 남기는 곳이다.
불교와 인연 깊은 요선정과 요선암
요선정은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에 자리한 정자로, 1984년 강원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앞에는 치악산에서 흘러온 물이 법흥천과 합류해 만든 맑은 계곡이 흐르고, 강바닥에는 세월에 씻겨 반질해진 커다란 바위들이 넓게 깔려 있다.
강기슭의 넓은 반석 위에는 ‘요선암’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 시인이자 서예가였던 양봉래가 평창군수로 재임하던 시절, 경관을 즐기던 중 새겼다고 전한다. ‘요선’ 또는 ‘요선’(邀仙)은 ‘신선을 맞이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곳은 통일신라시대 철감국사 도윤과 징효대사가 사자산 기슭의 흥령선원에서 포교하던 길목이었으며, 작은 암자가 있던 자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징효대사가 이곳에서 열반했을 때 천 개가 넘는 사리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하며, 불교와 깊은 인연을 가진 장소로 평가받는다.

현재의 요선정은 1913년, 지역 원·곽·이씨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숙종·영조·정조의 어제시를 봉안하기 위해 건립됐다.
정자 안에는 이응호가 쓴 ‘요선정’과 ‘모성헌’ 현판이 걸려 있고, 그 뒤편에는 세 임금의 시가 보존돼 있다. 정자 주변에는 마애여래좌상과 작은 석탑 한 기가 남아 있어 당시의 불교 유산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요선암은 계곡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이루며, 물살이 바위에 부딪혀 만들어내는 소리가 풍경의 정적을 깨우는 듯하다. 여름철에는 특히 계곡 물소리와 녹음이 조화를 이루어 시원한 풍광을 자랑한다.
사계절 두루 어울리는 영월의 경승지
요선정과 요선암은 영월 10경 중 하나로,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봄에는 연둣빛 새잎이 계곡을 감싸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줄기와 녹음이 한데 어우러진다.
가을이면 단풍이 계곡을 붉게 물들이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정자와 강가를 덮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든다.
역사와 자연, 불교와 문학이 한자리에 어우러진 요선정·요선암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색과 여유를 품은 영월의 보물 같은 장소다.
8월 여름 여행지로, 혹은 사계절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청정한 힐링 명소로 손색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