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과 강변이 빚어낸 풍경
남한강이 감싸 안은 사색의 절
전설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여주 신륵사
남한강 물결이 잔잔하게 흐르는 강변, 그 위로 부드러운 바람이 스친다. 강가 끝자락에 자리한 신륵사는 마치 세월과 함께 숨 쉬는 듯 고요하고 단단하다.
대부분의 사찰이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것과 달리, 이곳은 강을 곁에 두고 세워져 더욱 특별하다. 강변을 따라 걸으면, 절을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고찰의 무게와 여유가 동시에 느껴진다.
신륵사는 경기도 여주시 봉미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의 말사이자 경기도 전통사찰로 지정돼 있다.
창건에 대해서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문헌상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고려 말 나옹선사가 머물렀고, 한때 200여 칸에 이르는 대규모 사찰로 번성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성종 3년에는 세종대왕릉의 원찰로 지정되어 ‘보은사’라 불리다가, 이후 다시 신륵사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강변에 우뚝 선 벽돌 다층전탑은 이 절의 상징 같은 건축물로, 이 때문에 신륵사를 ‘벽절’이라 부르기도 했다.
사찰 경내에는 보물 제180호 조사당, 제225호 다층석탑, 제228호 보제존자석종 등 다수의 문화재가 남아 있어 문화유산의 보고로 평가된다.
신륵사 창건과 관련해서는 오래된 전설이 전해진다. 원효대사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현재 절이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그곳이 신성한 터가 될 것이라 전했다고 한다.
당시 그 자리는 연못이었는데, 아무리 메우려 해도 흙이 가라앉아 사찰을 세울 수 없었다.
이에 원효대사는 7일 동안 간절히 기도했고, 마침내 연못 속에서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하자 물이 사라지고 절을 지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신륵사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사찰로 향하는 길목에는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거대한 은행나무가 서 있다. 고려 말부터 이곳을 지켜온 이 나무는 단풍철이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나무 주변에는 방문객들이 적어둔 소원 쪽지가 걸려 있으며, 강을 바라보며 한 가지 소원을 빌고 가는 이들이 많다.
신륵사 주변은 국민관광지로 개발돼 인근에 맛집과 카페가 많고, 여주도자세상과 황포돛배 유람선 같은 관광 명소와도 가깝다. 여주IC나 서여주IC에서 차량으로 약 13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신륵사를 천천히 둘러본 뒤 남한강변에 앉아 있으면, 잔잔한 물결과 시원한 바람이 마음을 비운다. 강 너머로 해가 지는 풍경은 황홀함마저 느끼게 한다.
가을에는 은행나무와 단풍이 어우러지고, 봄에는 연둣빛 새잎이 절과 강변을 감싸며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천년 세월의 무게와 강변의 평온함이 함께 어우러진 신륵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와 전설, 자연이 한데 모인 사색의 공간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머무른다면, 이곳이 왜 여주의 보물이라 불리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