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처럼 숨겨진 삼척 부남해변
한여름 영화 같은 풍경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근덕면 부남해변길에 위치한 부남해변은 길이 약 300~400m, 폭 50~67m 남짓한 작은 규모의 해변이지만, 그 매력은 결코 작지 않다.
과거에는 군사 작전 지역으로 관리되며 소축척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았고, 진입로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외지인들에겐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덕분에 지금도 상업화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해안선을 간직하고 있다. 여름휴가철 약 40일 동안만 한시적으로 개방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영이 가능하다. 입구에는 여전히 군사용 철조망이 남아 있어 이곳이 걸어온 시간을 짐작하게 한다.

부남해변의 풍경은 모래사장과 암석 해안이 함께 어우러져 다채롭다. 북쪽은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남쪽은 파랑의 침식으로 형성된 기암괴석과 시스택(sea stack)이 장관을 이룬다.
시스택은 육지에서 떨어져 촛대처럼 홀로 솟은 바위섬으로, 제주 외돌개나 동해 촛대바위를 떠올리게 한다.
이곳의 암석은 주로 하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북쪽으로는 선캄브리아기 변성암이 이어져 지질학적으로도 흥미롭다.
얕은 수심과 잔잔한 파도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물놀이, 스노클링, 성게나 조개잡기 체험이 가능해 가족 여행지로도 인기다.

무엇보다 부남해변은 사진가들이 끊임없이 찾는 명소다. 근덕면의 여러 해변 중 경치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들으며, 해변 곳곳에서 갯바위와 바다가 만들어내는 시원한 풍광을 담을 수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 중 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방문객이 늘었지만, 여전히 다른 유명 해수욕장에 비해 한적하고 고요하다.
편의시설은 최소한에 그쳐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연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주차장에서 해변까지는 계단을 통해 내려가며, 해변 초입 오른쪽에는 울창한 금강송 군락지가 자리해 숲속 그늘에서 쉬어가기에 좋다.

여름이 저물기 전, 영화 속 장면 같은 부남해변의 맑은 바다와 갯바위 풍경을 직접 걸으며 느껴보는 건 어떨까.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해변에서의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