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품은 산청 대원사 계곡길
사계절 빛나는 청량한 산책로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길 455에 자리한 대원사와 그 앞을 흐르는 대원사 계곡길은 국내 여행자들이 ‘비 온 다음날’ 꼭 가봐야 할 계곡 여행지로 추천하는 명소다.
최근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5 여행자·현지인의 국내여행지 평가 및 추천 조사’에서 산청군은 산·계곡 여행자원 부문 2위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지리산의 웅장한 품에 안긴 대원사 계곡이 있다.
대원사는 신라 진흥왕 9년(548년) 연기조사가 창건해 평원사라 불렸으며, 천여 년의 역사를 거쳐 숙종 때 재건됐다.

이후 수차례의 전란과 화재로 소실과 중창을 반복했지만, 오늘날 대웅전과 사리전, 천광전, 봉상루, 범종각 등 단아한 전각들이 다시 서 있다.
절 주변에는 선비들이 학문을 닦던 거연정과 군자정이 남아 있어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곳의 백미는 절 입구 주차장에서 대원사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계곡 구간이다.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와 옥빛 물소리는 특히 비가 온 다음날 절정에 달한다.
시천면에서 흘러오는 물길은 이름처럼 화살같이 빠르고, 며칠 맑은 날이 이어지면 물이 금세 줄어든다.

하지만 비 온 뒤에는 계곡 전체가 생동하는 물소리로 가득 차며, 용이 100년간 머물렀다는 전설의 ‘용소’는 푸른빛을 띠어 장관을 이룬다.
2018년 가을 개통된 대원사 계곡길은 유평주차장에서 대원사를 지나 유평마을 ‘가랑잎 초등학교’까지 3.5km 이어지며, 왕복 7km의 생태탐방로로 조성됐다.
길을 걷다 보면 소와 말의 먹이를 먹였다는 소막골, 봄부터 여름 사이 원앙이 찾는 물가, 일제강점기 송진 채취 흔적 등 이야기를 품은 장소를 만날 수 있다. 방장산교를 건너면 만나는 용소의 물빛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채롭게 변한다.
대원사 계곡길은 험한 등산로가 아닌 완만한 산책로여서 별다른 장비 없이도 누구나 걷기 좋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 속에서, 겨울에는 맑고 차가운 공기와 얼음빛 물길 속에서, 봄과 여름에는 초록과 물안개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사계절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

계곡 물빛과 숲의 향기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시간과 일상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진다. 비가 그친 뒤 맑아진 하늘과 함께 찾는 대원사 계곡길은 청량한 물소리와 푸른 계곡, 그리고 천년 고찰의 고즈넉함이 어우러져 여름 여행의 진수를 선사한다.
대원사 계곡길을 걸으면서 올해 마지막 신록을 감상하고, 늦여름을 시원한 계곡물 소리와 함께 떠나보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