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물결 속에서 한발 먼저
가을을 만나는 청산수목원

충청남도 태안군 남면 연꽃길 70에 자리한 청산수목원은 사계절 다른 풍경과 감성을 품은 곳으로, 연꽃과 수련, 창포 등 200여 종의 습지식물이 어우러진 수생식물원과 황금 메타세쿼이아길, 예술가의 작품 세계를 재현한 테마정원이 어우러진 국내 대표 정원 중 하나이다.
1990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꽃 품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600여 종의 수목과 다양한 야생화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여름철에는 연꽃과 수련이 수면 위를 가득 메우며 장관을 이루고, 가을에는 은빛 물결의 팜파스그래스가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특히 8월 초 입추가 지나면 팜파스원이 서서히 물결치기 시작한다. 2~3미터까지 자라는 팜파스그래스는 서양 억새로도 불리며, 은백색 꽃이삭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남아메리카 대초원 지대에서 자생하는 이 식물은 8월 말이면 풍성한 꽃이삭을 피워내어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진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
청산수목원의 팜파스원은 이 시기 방문객들에게 한발 먼저 가을을 맞이하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며, 은빛 물결 속에서 사진을 찍고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팜파스원 외에도 청산수목원에는 예술적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이 다양하다. ‘밀레 정원’은 〈만종〉, 〈이삭줍는 여인들〉 등 장-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작을 조각과 풍경으로 재현하여, 관람객이 그림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잔디밭과 울창한 나무 사이로 놓인 조각상들은 밀레의 작품 속 인물처럼 소박하고도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삼족오 미로공원’은 고구려 고분벽화 속 삼족오와 봉황, 용 문양을 그대로 본떠 만든 미로로, 향나무와 홍가시나무 등이 미로의 벽을 이루고 있어 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수목원 곳곳에는 산책과 휴식을 겸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 ‘메타세쿼이아 길’은 황금빛 잎을 가진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서 있어 초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이 나무는 2억 년 전 등장한 살아 있는 화석 식물로,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자태와 부드러운 그늘이 매력적이다.

청산수목원은 일몰 1시간 전에 입장이 마감되므로 방문 전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으며, 8월 하순 팜파스원의 절정을 맞추어 찾으면 은빛과 황금빛이 어우러진 가을의 문턱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과 테마가 펼쳐지기에, 여름의 연꽃과 가을의 팜파스, 그리고 예술과 역사를 담은 정원이 여행객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8월의 끝자락, 청산수목원에서 한발 먼저 가을의 서정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