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영남알프스 품은 작천정 계곡
물놀이와 풍류를 동시에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읍 등억알프스로 133에 위치한 작천정 계곡은 영남알프스 간월산에서 발원해 봉화산과 옥산 사이를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를 품고 있다.
계곡을 따라 난 바위는 오랜 세월 물살에 깎여 움푹 파였는데, 마치 술잔을 걸어 놓은 모습 같다 하여 ‘작괘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형석이 풍부한 화강암 지대여서 밤이면 달빛을 반사하며 은은한 빛을 내고, 고려 충신 포은 정몽주가 글을 읽던 자리와 언양 3·1 운동의 중심지로서 역사적인 의미까지 간직한 명소다.

작천정 계곡의 매력은 단연 맑고 투명한 물과 넓게 펼쳐진 바위 지형이다. 평평한 암반 위에 돗자리나 텐트를 치고 피크닉을 즐기기 좋으며, 크고 작은 물웅덩이는 천연 수영장이 되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상류부터 하류까지 수심이 다양해 발을 담그는 얕은 구역부터 다이빙이 가능한 깊은 곳까지 골라서 즐길 수 있고, 바위 사이를 타고 내려오는 천연 ‘워터 슬라이드’는 여름철 인기 놀이로 손꼽힌다. 바위 표면이 매끄럽게 침식되어 빠르게 내려올 수 있어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8월이면 계곡 주변의 배롱나무가 붉고 분홍빛 꽃을 가득 피워 한층 이색적인 여름 풍경을 완성한다.
배롱나무 그늘 아래서 발을 담그고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히는 순간, 계곡의 매력이 배가된다.

배롱나무 꽃은 7월부터 늦가을까지 이어져 비교적 오랜 기간 감상할 수 있지만, 만개한 8월 풍경은 특히 놓치기 아깝다.
계곡 이름의 유래가 된 ‘작천정’은 경치가 가장 좋은 곳에 세워진 정자로, 선조들이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공간이었다.
오늘날에도 작천정 주변의 바위에는 한자로 새겨진 시와 이름들이 남아 있어, 옛사람들이 이곳에서 느낀 감흥을 엿볼 수 있다.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낙동강 지류인 남천으로 흘러드는 물길과 주변의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더운 여름, 바다의 인파를 피해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작천정 계곡은 자연과 역사, 그리고 계절의 색이 모두 살아 있는 울산의 보물 같은 여행지다.
여름이 가기 전, 시원한 물과 배롱나무 그늘 아래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작천정 계곡이 정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