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 건질 준비되셨나요”… ‘팜파스 축제’ 핑크뮬리까지 합세한 역대급 풍경

청산수목원 가을빛 정원 산책
팜파스와 핑크뮬리의 향연
여권 없이 즐기는 남미의 정취

바람에 실려온 은빛 물결이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 언덕 너머 펼쳐진 부드러운 풀빛은 어느새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하늘과 맞닿은 듯한 억센 줄기들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람의 노래는 계절의 변화를 담고, 흔들리는 꽃대는 자연이 선사하는 장엄한 춤사위로 완성된다.

이 순간, 그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하나의 계절적 사건이다. 그리고 그 현장의 중심에는 지금 절정을 맞이한 ‘팜파스 축제’가 있다.

팜파스 축제가 빚어내는 장관

가을의 여왕이라 불리는 팜파스는 매년 8월 하순부터 청산수목원에서 꽃대를 드러낸다.

길이 2~3미터에 이르는 높이의 줄기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은빛을 띤 꽃무리가 바람을 타고 춤추는 모습은 장관이라 할 만하다.

남아메리카 대초원을 뒤덮은 식물답게 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그 웅장한 풍경은 관람객에게 이국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청산수목원은 2010년부터 팜파스를 식재하고 관리해왔으며, 2016년 정식 개방 이후 매년 많은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8월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어지며, 9월에는 만개한 꽃이 절정을 이루어 관람의 묘미를 더한다.

입장료는 성인 13,000원, 청소년 10,000원, 유아 8,000원으로 책정되어 있으며, 25인 이상 단체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팜파스원은 사진 명소로 이름 높다.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은빛 배경 앞에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으며,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순간마다 마치 천연 스튜디오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9월 하순부터는 분홍빛 핑크뮬리까지 더해져, 수목원은 그야말로 계절의 색채가 가장 화려하게 물드는 장소가 된다.

여권 없이 떠나는 남미 여행

팜파스 축제의 또 다른 매력은 남미의 정취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팜파스그래스와 함께 귀여운 알파카가 관람객을 맞이하며, 아이들은 동물농장에서 먹이주기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으며, 남미 대륙을 직접 가지 않고도 현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청산수목원의 운영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6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8시부터 개방하며, 11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입장 가능하다.

모든 계절에서 입장은 일몰 한 시간 전까지만 가능하니, 여유로운 산책을 원한다면 이른 시간대 방문을 권한다. 관람 시간은 대체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반려견 역시 체중 5kg 이하일 경우 동반 입장이 허용된다.

다채로운 테마 정원의 매력

청산수목원은 팜파스원뿐 아니라 다채로운 정원을 품고 있다.

봄에는 새잎이 붉게 물드는 홍가시원에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고, 여름에는 다양한 연꽃과 함께 일주문을 지나며 ‘만의 길’을 따라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조형미와 상징이 결합된 이곳은 단순한 식물 감상을 넘어 정신적 휴식의 공간으로도 자리한다.

가을에 들른 이들은 ‘밀레 정원’에서 그림 속 풍경과 마주한다. 들녘의 고요와 기도의 장면을 재현한 조각상들은 마치 한 폭의 회화 안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메타세쿼이아 길’에서는 2억 년 전의 시간을 품은 나무들을 마주하며 원시적 숲길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조성된 ‘삼족오 미로공원’은 고구려 벽화의 상징적 문양을 재현해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체험을 선사한다.

가을 여행의 완성, 청산수목원

청산수목원은 단순한 식물원의 범주를 넘어선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정원 속에서 방문객은 휴식과 사색, 그리고 특별한 추억을 동시에 얻는다.

지금 이 시기, 바람결에 흔들리는 팜파스와 분홍빛 물결의 핑크뮬리가 맞이하는 청산수목원은 가을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은빛의 장관과 함께 남미의 정취를 품은 이곳에서, 한 해의 마지막 계절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