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절벽이 빚은 거대한 무대
공룡 흔적과 신비한 전설의 공간
학습과 탐방이 공존하는 지질 명소
바닷길을 따라 눈부신 절벽이 이어지는 곳, 그 아래에는 수천만 년 전 거대한 생명체가 남긴 발자국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인간이 존재하기 전 중생대의 시간이 파도와 함께 밀려와 오늘의 풍경 속에 겹겹이 쌓여 있다.
자연의 거대한 기록과 신화적 전설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세계 3대 공룡 화석지로 인정받은 경남 고성 상족암군립공원이 그 비밀의 현장이다.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에 자리한 상족암군립공원은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은 한려수도의 백미라 불리며, 해안선을 따라 넓게 드러난 암반 위에는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국이 줄지어 있다.
이 흔적은 1982년 경북대와 부산대 연구팀이 해안 조사 중 발견했다. 이후 국제 학계는 이 지역을 브라질, 캐나다와 함께 세계 3대 공룡 유적지로 평가했다.
브라키오사우루스와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대형 공룡의 발자국은 생태계 변화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남아 있다.
상족암은 단순한 화석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층층이 깎인 절벽은 해안 침식과 퇴적 작용의 결과를 보여주며, 암굴과 해식동굴은 신비한 전설을 품고 있다.
선녀들이 옥황상제에 바칠 옷을 짜던 ‘쌍족굴’과 목욕을 즐겼다는 ‘선녀탕’은 오늘날에도 형태가 뚜렷해 옛이야기를 증명한다.
주변에는 촛대바위와 병풍바위 같은 독특한 지형이 자리해 마치 야외 전시관을 연상케 한다.
관광 유람선을 이용하면 사량도까지 이어지는 바다 위에서 절벽과 화석지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상족암군립공원은 입장료가 무료로, 연중무휴 운영된다. 주차장도 마련돼 있어 자가용으로 접근하기 편리하다.
여름에는 해수욕장을 즐길 수 있고, 조수 간만의 차로 드러나는 암반과 조약돌은 탐방객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룡 발자국과 절벽, 바다, 전설까지 한곳에 모인 상족암군립공원은 학습과 여행, 자연 감상이 어우러지는 복합 명소다.
가을로 접어드는 9월, 세계적인 지질학의 보고이자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