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몰리는 명소는 싫다면”… 숨은 ‘비밀 정원’ 힐링 끝판왕

진주에 숨은 조용한 정원
사람의 발길이 드문 비밀 공간
백 년 전 마음이 머무는 곳
정원
출처: 진주시 (진주 용호정원)

바람이 스치는 들녘을 지나 작은 마을에 들어서면, 어쩐지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 듯하다. 논두렁에 번지는 초록빛, 햇살을 머금은 텃밭의 작물들, 그리고 골목 끝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까지.

도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 한 장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만 마주할 수 있다.

사람의 소음 대신 물결과 바람이 어우러진 그곳, 진주의 한적한 정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다.

동양화 같은 고요한 풍경

정원
출처: 진주시 (진주 용호정원)

경상남도 진주시 명석면의 마을 안쪽에는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름은 용호정원이다.

넓이 약 600평의 원형 연못 한가운데 팔각 정자가 떠 있어, 마치 섬처럼 고즈넉한 자태를 드러낸다.

연못을 둘러싼 12개의 작은 언덕은 중국 쓰촨성 무산의 봉우리를 본떠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흙을 파내 연못을 조성하고, 그 흙으로 언덕을 세웠으니 자연과 손길이 함께 빚어낸 풍경이다.

정원
출처: 진주시 (진주 용호정원 배롱나무)

정자는 다리가 없어 작은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다.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마치 속세와 단절된 듯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정자 지붕에는 태극 문양이 새겨진 기와가 얹혀 있어 전통미를 더한다. 여름철이면 연못 가득 연잎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연꽃이 피어나며 정원을 화사하게 채운다.

이 시기에 맞춰 마을 어귀와 언덕 곳곳의 배롱나무가 붉게 물들면 정원은 더욱 생기를 띤다.

백 년 전의 따뜻한 나눔

정원
출처: 한국관광공사 (진주 용호정원)

이 정원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경관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인 1922년, 마을은 가뭄과 홍수로 큰 어려움에 처했다.

그때 박헌경이라는 인물이 사재를 털어 주민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는 일자리를 마련해 쌀과 돈을 품삯으로 나누었고, 집과 땅을 내어주며 생계를 보살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공덕비를 세웠다. 정원 입구에만 일곱 기가 나란히 서 있으며, 진주 시내에도 한 기가 남아 있다.

모두 여덟 개의 공덕비가 지금까지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전한다. 정원을 거닐다 보면 단순한 풍경을 넘어, 선조들의 마음과 나눔의 흔적이 서려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진주의 숨은 보석 같은 공간

정원
출처: 한국관광공사 (진주 용호정원)

용호정원은 대규모 관광지처럼 화려하거나 번잡하지 않다. 표지판조차 크지 않아 우연히 발견하면 더욱 반가운 곳이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진주의 비밀 화원’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행객이 몰리지 않아 언제 찾아도 조용히 산책할 수 있으며, 자연의 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다.

여름철 연꽃과 배롱나무의 개화 시기는 이곳을 찾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연분홍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져 정원을 감싸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한국 전통정원의 정취와 백 년 전 따뜻한 이야기가 함께 살아 있는 곳이다. 진주를 여행한다면 화려한 명소보다 이 한적한 정원에 들러 잠시 걸음을 늦춰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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