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당일치기 딱”… 경기도 연천 ‘당포성’, 무료 입장으로 즐기는 웅장한 경관

무료로 즐기는 역사적 여행지
강과 절벽이 빚은 천혜의 풍광
성곽에 스민 고구려의 흔적
연천
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당포성,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강물이 굽이치는 자리에, 오랜 시간의 숨결을 품은 성곽이 서 있다.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변하는 강안의 풍경은 누구라도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높이 솟은 절벽 위, 자연이 만든 요새 같은 대지는 세월을 견뎌온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은 굳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강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은 옛 이야기를 전하듯 잔잔하게 흐른다. 고요 속에 서 있는 성곽은 지금도 묘한 위엄을 품고 있다.

임진강이 감싸 안은 천연 요새

연천
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당포성,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연천 당포성은 임진강 본류와 당개 샛강이 합쳐지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높이 13미터의 삼각형 절벽 위에 성곽이 세워져 있으며, 동쪽으로만 성벽을 두른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와 같은 지형적 특징 덕분에 사람의 손보다 자연이 먼저 요새를 완성한 셈이라 할 수 있다.

강안 평지성이라 불리는 구조는 연천 북안 지역에서만 확인되는 드문 양식이다. 형태와 입지는 호로고루, 은대리성과 흡사하여 당시의 축성술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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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당포성,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특히 성곽에 사용된 돌은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현무암으로, 고구려 성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성의 규모는 동벽 길이 약 50미터, 잔존 높이 6미터에 달하며 동쪽에서 서쪽 끝까지는 200미터에 이른다. 둘레 전체는 450미터로, 절벽과 강이 성벽의 일부를 대신하고 있다.

자연지형과 인공구조물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이 성곽은 강을 건너는 길목을 지키는 최적의 방어선이었다.

역사 속에 남은 흔적과 발굴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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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당포성,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당포성은 오래된 지리지에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조선시대 학자 허목이 저술한 문집에서 ‘마전 앞 강 언덕 위에 옛 성채가 있었고, 그 앞 나루를 당개라 불렀다’라는 언급이 전해진다.

이 기록은 당포성이 강과 나루, 그리고 방어와 깊이 관련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1994년 처음으로 학계에 소개된 후, 2003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 성의 동쪽 성벽은 석축으로만 쌓였다는 점에서 같은 지역의 호로고루와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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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당포성,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성벽 외부에는 일정 간격으로 수직 홈이 남아 있는데, 이는 고구려의 만주 지역 성곽에서 발견되는 축성 방식과도 연결된다.

성 내부에서는 건물지 흔적이 확인되었고, 성돌 사이와 퇴적층에서는 다양한 토기편이 출토되었다.

신라계 유물이 많지만, 고구려 토기와 기와도 함께 발견되어 두 나라가 이 성곽을 차례로 이용했음을 보여준다. 성벽 기저부에서 확인된 토기편은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무료로 즐기는 자연과 역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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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당포성,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당포성은 2006년 사적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누구나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접근이 편리하며, 사계절 내내 개방된다.

이곳의 매력은 단순히 역사적 가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임진강과 절벽이 어우러진 풍광은 봄에는 푸른 싹으로, 여름에는 짙은 녹음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겨울에는 설경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도심을 벗어나 굳이 먼 곳을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는 역사의 숨결과 강의 풍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입장료가 없는 열린 공간이기에 가벼운 산책이나 가족 나들이, 역사 체험의 현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강을 끼고 서 있는 성곽과 함께하는 시간은 무료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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