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을 버틴 절벽 위 국보”… 가을 단풍이 물드는 순간 특별한 여행지

천 년을 품은 누각의 가을
관동팔경 속 유일한 국보
절벽 위에서 만나는 특별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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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도 삼척 죽서루)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절벽 위에 자리한 한 누각은 그 자체로 신비롭다. 삼척 오십천 절벽 위에서 천 년의 시간을 버텨온 죽서루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첫 번째 국보로 지정되며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에 이곳을 찾은 이들은 고즈넉한 풍광과 역사의 숨결이 어우러진 특별한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에서도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된 곳이다. 고려 원종 시절인 1266년, 학자 이승휴가 이곳에서 시를 남겼다는 기록이 전해져 그 이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조선 태종 3년, 삼척부사 김효손이 옛 터에 다시 세운 뒤 수차례 보수와 증축을 거쳐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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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도 삼척 죽서루)

건물은 앞면 7칸, 옆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은 다락식 구조로, 하층을 받치는 17개의 기둥과 상층의 20개 기둥은 전통 양식과 응용 기법이 섞여 독특한 멋을 보여준다.

죽서루는 단순한 경관의 명소에 그치지 않는다. 율곡 이이를 비롯한 수많은 학자의 글귀가 걸려 있으며, 조선 현종 때 허목의 ‘제일계정’, 숙종 시절 이성조의 ‘관동제일루’, 헌종 때 이규헌의 ‘해선유희지소’ 현판이 대표적이다.

또한 정조와 숙종이 직접 지은 어제시까지 남아 있어 누각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누각에 올라 강물과 산을 바라보면 왜 옛 선비들이 시를 짓지 않을 수 없었는지 자연스레 이해된다. 이곳은 풍광을 넘어 학문과 문학, 정치적 교류가 이루어지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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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도 삼척 죽서루)

삼척 서편을 흐르는 오십천 절벽 위에서 두타산의 숲과 어우러진 죽서루의 풍경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과 누각이 조화를 이루어 장관을 이룬다.

누각 앞에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이 있어 방문객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신발을 벗고 나서야 만날 수 있는 고풍스러운 구조와 현판들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맞은편 동헌 옛터와 주변 대나무 숲, 삼척읍성의 흔적까지 둘러보면 여행의 깊이가 더해진다.

천 년 세월을 버텨온 절벽 위 누각 죽서루는 이제 단순한 명승지가 아니라 강원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깊어가는 가을, 이곳에서 만나는 풍경은 여행자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특별한 기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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