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 아닌 뜻밖의 1위
MZ가 선택한 제주 핫플레이스
검색보다 ‘감성’이 이끄는 여행지
“성산일출봉이 아니라고?” 최근 제주를 찾은 젊은 세대의 선택이 예상 밖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오랜 세월 제주 관광의 상징으로 불렸던 성산일출봉이 1위 자리를 내주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곳은 푸른 바다와 감성적인 풍경으로 SNS를 물들이고 있는 함덕해수욕장이다.
이제 MZ세대의 발길은 전통적인 명소보다 감각적 경험과 ‘사진이 잘 나오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함덕해수욕장, MZ세대의 ‘핫플’ 1위
한국관광외식문화원이 10월 8일 발표한 ‘제주 MZ관광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가 제주에서 가장 많이 찾은 관광지는 함덕해수욕장으로 나타났다.
이어 협재해수욕장, 이호테우해변, 곽지해수욕장, 김녕해수욕장이 상위 10위 안에 포함되며, 5곳이 모두 해수욕장이었다. 이는 ‘검색보다 감성’이라는 MZ 여행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순위는 포털사이트 검색량,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량, 실제 방문량을 종합해 산출됐다.
함덕과 협재는 SNS에서 사진이 널리 공유되며 검색과 방문으로 이어지는 가장 이상적인 여행 패턴을 보였다.
반면 성산일출봉은 여전히 검색과 언급은 많았지만 실제 방문 비율은 낮아, ‘보는 명소’에서 ‘찍는 명소’로의 이동이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MZ세대는 여행지를 고를 때 전통적인 명소보다는 감성적이고 체험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세대별로 다른 ‘제주 취향 지도’

같은 MZ세대라도 20대와 30대의 발길은 달랐다. 20대는 아침미소목장, 새별프렌즈, 전농로 왕벚꽃거리, 궷물오름, 세기알해변을 즐겨 찾았다.
반면 30대는 전농로 왕벚꽃거리, 아르떼키즈파크, 렛츠런파크 제주, 아침미소목장, 점보빌리지 순으로 문화·레저 복합형 콘텐츠를 선호했다.
전농로는 두 세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공통된 명소였다. 봄철 벚꽃길을 따라 걷는 산책로는 SNS에서 ‘인생사진 명소’로 자주 언급되며, 세대와 성별을 넘어 사랑받고 있다.
한편, 30대는 어린이 동반 여행이나 가족 단위 관광에 적합한 복합형 시설을 선호했다. 이는 단순한 관광에서 벗어나 체험과 여가가 결합된 새로운 여행 문화를 보여준다.
소비의 중심은 30·40대, 감성 키워드는 ‘맛집·카페’
제주에서 가장 큰 소비층은 여전히 30·40대였다. 내국인 관광객의 카드 소비액은 40대가 7660억 원, 30대가 7390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0대가 6120억 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20대는 3230억 원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30·40대가 여행지의 소비를 주도하고 있으며, 20대는 가성비 중심의 여행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MZ세대의 연관 키워드로는 ‘가격’, ‘할인’, ‘특가’가 두드러졌고, 전 세대 공통으로 ‘맛집’, ‘숙소’, ‘카페’가 제주 여행의 핵심 단어로 꼽혔다.
20~30대는 특히 ‘알찬’, ‘행복한시간’, ‘좋은 추억’ 등 감성적 표현을 많이 사용해, 단순한 관광보다 ‘느낌 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핫플’ 쏠림 속 제주 관광의 과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소비가 특정 명소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제주 내 MZ세대 관광 소비는 일부 인기 장소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세대별 특성과 지역적 차이를 반영한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국인은 숙박·교통 중심의 효율적 소비 패턴을 보인 반면, 외국인은 음식과 체험 중심의 ‘경험 소비’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국적과 세대별 맞춤형 관광 상품 개발이 향후 제주 관광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산일출봉의 일출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푸른 바다 앞에서 감성을 담는 사진 한 장이 여행의 이유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