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따라 붉게 물드는 영월
동강 품은 홍메밀의 향연
이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풍경

가을의 문턱에서 영월로 향하는 길은 유난히 붉다. 바람이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며 한들거리는 꽃잎에 닿을 때, 그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피어난다.
이곳에선 누구나 발길을 멈춘다. 눈앞의 붉은 물결이 단순한 꽃밭이 아니라, 오직 이 계절에만 피어나는 ‘영월의 시간’임을 알기 때문이다.
흰 메밀의 순백 대신 붉은빛으로 물든 들판은 낯설면서도 묘한 이끌림을 준다. 그렇게, 가을의 정점에서 만나는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붉은 물결로 물든 동강의 가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삼옥2리 먹골마을 일대가 붉은 메밀꽃으로 가득 물들었다.
동강을 따라 펼쳐진 드넓은 꽃밭은 올가을 가장 특별한 풍경으로 손꼽히며, ‘제6회 동강 붉은 메밀꽃 축제’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올해 축제는 10월 1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지며, 추석 연휴와 맞물려 절정을 맞았다.
가을 햇살을 머금은 붉은 메밀과 노란 황화코스모스가 어우러져 산뜻한 색의 조화를 이루고, 곳곳에는 감각적인 포토존이 마련돼 방문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가족 단위 여행객은 물론 연인과 친구들까지 이곳을 찾는다. 누구나 카메라를 들이대면 자연이 완성해둔 풍경이 그대로 한 장의 작품이 된다.
붉은 꽃길을 따라 걸으면 바람 속에 메밀의 은은한 향이 배어나고,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가을 정취를 더한다.
영월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붉은 메밀꽃이 올해 특히 고운 빛으로 물들었다”며 “영월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계절이 함께 만든 가을의 선물”이라고 전했다.
지역의 맛과 즐길 거리로 채워진 축제

이 축제의 매력은 꽃밭에만 머물지 않는다. 삼옥2리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먹거리 장터에서는 메밀국수, 감자떡, 곤드레 육개장, 영월 막걸리 등 지역의 손맛이 담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축제 기간에는 ATV 동강바이크, 패들보트, 래프팅, 서바이벌 게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꽃밭을 감상한 뒤 강가로 내려가 동강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즐길 수 있는 체험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영월의 문화와 자연, 그리고 사람들의 온기가 어우러지는 이 순간은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진정한 가을 축제의 의미를 전한다.
오직 영월에서만 피어나는 붉은 메밀의 비밀

흔히 메밀꽃이라 하면 순백의 꽃잎을 떠올리지만, 영월의 붉은 메밀은 조금 다르다. 일반 메밀보다 색이 짙고 붉은 기운이 도는 이 품종은 보기 드물어 ‘홍메밀’이라 불린다.
그 독특한 빛깔은 가을 햇살 아래에서 더욱 선명해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오래도록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붉은 메밀은 차분한 풍경 속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 덕분에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매년 기다려지는 명소로 꼽히며, SNS에서는 ‘가을의 붉은 물결’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이번 축제는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주차장은 마을 인근에 마련돼 있어 접근성도 편리하다.

영월읍 중심에서 불과 몇 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이기에, 가벼운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붉은 메밀꽃이 가득한 동강변을 걷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매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빛으로 피어나지만, 그 풍경은 결코 똑같지 않다는 것.
가을마다 새로이 피어나는 이 붉은 들판은 계절이 남긴 가장 찬란한 흔적이자, 영월이 품은 자연의 예술이다.
올가을, 동강의 붉은 물결이 전하는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붉은 메밀이 물든 영월의 가을은, 잠시 멈춰 서기만 해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계절의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