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남쪽의 자유로운 바람
드라마 속 낭만이 살아있는 언덕
바다와 바람이 머무는 여행지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바람이 먼저 다가오는 언덕이 있다. 이름처럼 그곳은 늘 바람이 머문다.
파도와 함께 부서지는 햇살, 한적한 풍경 속에 오롯이 서 있는 풍차 한 대가 묘한 평온을 만든다.
그 언덕에 서면, 바다의 숨결이 귓가를 스치고 마음의 무게가 조금씩 풀려간다. 많은 이들이 그곳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바람의 언덕은 어느새,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사라지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주는 장소로 자리했다.
드라마 속 장면이 된 거제의 언덕

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 도장포 마을 북쪽, 해금강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이곳은 본래 ‘띠밭늘’이라 불리던 땅이다.
2002년부터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후, 지금은 거제의 대표적인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언덕에 오르면 발아래로는 짙은 남해의 물빛이 펼쳐지고, 눈앞에는 섬과 등대, 유람선이 차례로 시야를 채운다.
무엇 하나 급하지 않은 풍경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여백을 느끼게 한다. 그곳의 바람은 단순히 시원함을 넘어, 머릿속 복잡한 생각까지 정리해주는 듯하다.
이 언덕은 여러 방송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드라마 ‘이브의 화원(2003)’과 ‘회전목마(2004)’, 영화 ‘종려나무숲(2005)’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바람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낭만적인 장면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2009년에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의 촬영지로 주목받으며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다. 카메라에 담긴 언덕의 푸르름은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감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풍차가 지켜보는 바다, 걷기 좋은 언덕길
2009년 11월 설치된 풍차는 이곳의 상징이 되었다. 언덕 위 풍차는 마치 거제 바다를 향해 천천히 숨을 고르는 듯 서 있으며, 그 아래로 펼쳐진 산책로는 누구나 편히 걸을 수 있게 데크로 정비되어 있다.
계단이 없는 구간은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이동이 가능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언덕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지점에서 자연이 그려낸 경계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 위로 유람선이 지나가고, 그 뒤로 천천히 사라지는 파도의 흔적이 마음을 붙잡는다.
이곳의 매력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크다.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화장실과 편의시설 또한 잘 갖춰져 있어 누구나 가볍게 들를 수 있다.
바다의 소리와 바람의 리듬에 맞춰 걷다 보면, 어느새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느림 속의 여유, 바람이 남긴 흔적
많은 이들이 ‘멀지만 꼭 가볼 만한 곳’으로 바람의 언덕을 꼽는다. 실제 방문객들 또한 “멀리서 왔지만 후회 없는 장관이었다”, “탁 트인 바다와 부드러운 바람이 더위를 잊게 했다”는 소감을 전한다.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닌 장소라는 점에서 바람의 언덕은 특별하다.
바다 위로 불어오는 그 바람 속에는 여행의 설렘과 휴식의 온도가 함께 섞여 있다. 언덕 위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 된다.
바람의 언덕은 오늘도 그 이름처럼 쉼 없이 불고 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이곳을 찾은 모든 이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