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고목이 지켜온 이야기
전통과 계절이 만나는 공간
무료로 즐기는 이색 산책길

한낮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은행잎 아래, 400년 된 고목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통 건축과 함께 숨 쉬는 이 공간은 입장료조차 받지 않는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랜 세월 학문과 제례의 중심지였던 향교가 오늘날 시민들에게 가을 산책 명소로 다가온 것이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에 자리한 전주향교는 고려 말에서 조선 시대에 걸쳐 설립된 국립 교육기관이다.
당시 성리학을 바탕으로 교육과 교화를 담당했던 이곳은 세기를 거듭하며 보수와 중건을 통해 현재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중심 건물인 대성전에는 공자를 비롯한 유학자들의 위패가 봉안돼 있으며, 양옆에는 제향 공간인 동무와 서무가 자리한다.
유생들이 학문을 익히던 명륜당과 학문 정신을 기리던 계성사 역시 함께 배치돼 있어, 당시 향교의 역할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대성전 앞에는 수령 4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한 조경이 아니라 향교의 역사를 함께 해온 상징적 존재로, 매년 가을이면 황금빛 잎으로 공간 전체를 물들인다.
10월 셋째 주 무렵부터는 낙엽이 바닥을 가득 덮으며, 고건축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전주향교의 또 다른 매력은 돌담길이다. 높지 않은 담장이 향교를 감싸고 있는데, 은행잎이 자연스럽게 쌓이며 계절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전한다.
돌담과 고목, 그리고 고건축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도심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낸다.
이곳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구르미 그린 달빛’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은행잎이 깔리는 계절이면 사진 애호가들로 붐비고,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산책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한옥 건물들과 은행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방문객들에게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게 만든다.
전주향교는 하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지만 공휴일과 겹치면 그다음 날 문을 닫는다. 무엇보다 입장료가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역사와 자연, 전통 건축이 한자리에 어우러진 전주향교는 가을 나들이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은행나무가 만들어내는 황금빛 카펫이 펼쳐지기 전, 고목과 전각이 지닌 이야기를 먼저 만나본다면 더욱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