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순간, 마음이 고요해진다”… 역사와 충절 깃든 밀양 가을 명소, 표충사

충절의 숨결 살아 숨쉬는 산사
단풍 전 고요가 더 깊은 울림
시니어 여행객 발길 이끄는 명소
표충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 표충사)

가을을 맞아 중장년층 여행객들의 관심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 화려한 단풍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공간, 세월을 견뎌내며 고요히 역사를 품은 사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불길에 휩싸여 모든 것을 잃었던 절은 다시 일어섰고, 그 재건의 배경에는 호국불교의 상징인 사명대사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경남 밀양의 깊은 골짜기, 단장면 표충로에 자리한 표충사는 국가가 지정한 경상남도 기념물 제17호로 꼽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조선 중기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이끌며 나라를 지킨 사명대사의 충의를 기리기 위해 ‘표충사’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표충사
출처: 밀양시 (경남 밀양 표충사)

숙종 41년인 1715년에 다시 세워졌지만, 1926년 화재로 전각 대부분이 불타 없어졌다. 이후 응진전을 제외한 전각들은 차례로 복원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곳은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호국불교와 역사문화유산을 상징한다.

300여 점의 유물이 사찰 곳곳에 남아 있으며, 국보 제75호 청동 은입사 향완과 보물 제467호 삼층석탑은 그 가치가 뛰어나다. 고려 양식이 담긴 석탑의 단아한 균형미는 세월을 넘어 오늘날에도 감탄을 자아낸다.

표충사의 가장 큰 매력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기 전, 가을 초입의 고요함이다. 아침 산사에 발을 들이면 단풍보다도 더 큰 울림이 마음에 파고든다. 단풍이 물들기 직전의 풍경은 오히려 사색을 위한 시간으로 여행객들을 이끈다.

표충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 표충사)

사찰 경내에는 25개의 전각이 지형을 따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사명대사의 발자취와 마주하게 된다. 참배객과 여행자 모두가 절로 발걸음을 늦추고 경건한 마음을 품는 이유다.

표충사는 입장료가 없는 개방형 공간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주차는 가능하지만 오토바이와 자전거의 출입은 제한된다. 특히 붐비지 않는 계절 초입의 방문은 조용한 산사 체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기회다.

중장년층 여행객들이 이곳에 몰리는 까닭은 단순히 관광이 아니다.

표충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 표충사)

역사 속 충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표충사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정신적 쉼터”라는 지역 관계자의 설명은 이를 잘 보여준다.

다가오는 가을, 화려한 색채보다 마음을 채우는 고요함을 원한다면 밀양 표충사가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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