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을 물들이는 산의 빛
가을, 설악이 붉게 숨 쉬는 시간
자연이 알려주는 가장 안전한 길

하늘이 높아지고 바람이 선선해지는 계절이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다시 산으로 향한다. 그중에서도 설악의 가을은 유난히 특별하다.
나뭇잎이 붉고 노랗게 타오르며 산의 능선을 따라 천천히 번져간다. 햇살에 비친 단풍의 빛깔은 시간마다 다르고, 그 변화 속에서 계절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은 기다림 끝에 온다. 올해는 그 붉은 절정이 예년보다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설악산의 단풍, 올해는 늦은 약속

기상청은 올해 설악산의 단풍 시작이 예년보다 4일가량 늦었다고 전했다. 9월 28일 무렵이던 단풍 시작일이 10월 2일로 미뤄졌으며, 절정은 이달 말께로 예상된다.
평년보다 약 2주가량 늦은 셈이다. 여름의 길었던 더위와 뒤늦은 일교차가 단풍 빛을 늦추고 있는 것이다.
설악산의 단풍은 정상에서 시작돼 아래로 서서히 내려온다. 봉우리마다 색이 달라, 멀리서 보면 산 전체가 거대한 수채화처럼 보인다.

만경대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은 그중 압권이다. 붉은빛과 황금빛이 능선을 따라 흐르며, 가을 하늘의 푸른색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가 된다.
단풍을 즐기러 오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안전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산림청과 행정안전부는 가을철 등산사고의 절반가량이 10월에 집중된다고 밝혔다.
실족, 조난, 탈진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시기인 만큼, 철저한 준비와 주의가 요구된다.
가을 산행, ‘NEED’로 안전 지키기

본격적인 단풍철을 앞두고 산림청은 산행 안전수칙 4가지를 제시했다. ‘NEED’라 불리는 이 수칙은 가을 산행의 기본이자 필수다.
첫째, 확인하기(Notice)다. 산행 전 기상 예보와 코스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낙엽이나 낙석 등으로 미끄러지기 쉬운 구간을 조심해야 한다.
둘째, 준비하기(Equip)다. 기온 변화가 큰 가을 산에서는 방수 등산화와 여벌의 옷, 스틱, 충분한 식수와 간식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장비의 차이는 안전의 차이로 이어진다.

셋째, 피하기(Escape)다. 체력 이상의 코스를 무리하게 오르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천천히 걷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마지막으로, 일찍 하산하기(Descent)다. 가을은 일몰이 빨라 어둑해지는 시간이 성큼 다가온다. 늦은 하산은 방향을 잃거나 발을 헛디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오후 3시 이전 하산이 권장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가을 산은 아름답지만, 한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충분히 준비하고, 여유롭게 산행을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안전과 여유,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할 가을

10월의 설악산은 단풍의 절정이자 등산의 성수기다. 하지만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아지는 시기다. 산행 중에는 음주를 피하고,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하며, 가능하면 2인 이상 동행하는 것이 좋다.
붉게 물든 단풍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 순간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 안전하게 준비된 산행 속에서 만나는 설악의 가을은 더욱 찬란하다.
가을은 늘 지나간 뒤에야 그 아름다움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니 올해 설악의 단풍은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