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인정한 영주 부석사”… 단풍빛 붉게 물든 가을 사찰 여행

천년의 숨결 머금은 가을 사찰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의 고요
무료로 만나는 단풍 명소 부석사
부석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주 부석사)

부석사로 향하는 길은 가을의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붉게 물든 은행나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에 천년의 시간마저 잠시 머문 듯 느껴진다.

단청이 바래고 목재에 새겨진 세월의 결이 고요하게 빛난다. 발길이 닿을수록 이곳이 단순한 사찰이 아닌, 오랜 세월 한국 불교의 뿌리를 지켜온 성소임을 서서히 실감하게 된다.

그 모든 이야기는 한때 의상대사가 머물렀던 그 자리에, 여전히 숨 쉬고 있다.

화엄의 도, 의상이 남긴 사찰의 시작

부석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주 부석사)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의 중심 사찰이다. 의상은 당나라에서 유학하던 중 신라의 위기를 듣고 서둘러 귀국해, 나라의 혼란을 불법으로 다스리고자 했다.

그 뜻으로 태백산 자락에 세운 절이 바로 부석사다. 절 이름은 ‘떠 있는 돌’에서 유래했다. 불전 서쪽의 큰 바위가 땅에 닿지 않고 공중에 떠 있어 ‘부석(浮石)’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당시 의상은 귀국 후 이곳에서 화엄의 교리를 전하며 불교의 대승 사상을 뿌리내렸다.

『삼국사기』에는 그가 왕명을 받들어 절을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삼국유사』에는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전하자 신비로운 영험이 잇따랐다고 전한다.

부석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주 부석사)

처음의 부석사는 초가 몇 채가 전부였으나, 의상의 제자인 신림 이후로 불교의 중심지로 성장하며 대석단과 석탑, 석등이 세워졌다.

특히 경문왕 시기에는 화엄대덕들이 왕실의 후원을 받아 사찰의 규모를 크게 확장했다. 그 중심에는 지금도 남아 있는 무량수전이 있다.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 중 하나로, 고려시대 재건된 뒤에도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단청의 빛이 바랬지만, 그 빛바램 속에 천년의 생명이 깃들어 있다.

천년의 흔적, 유네스코가 주목한 문화유산

부석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주 부석사)

부석사는 오늘날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오래된 사찰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 불교의 정신과 미학이 오롯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경내에는 통일신라 시대의 석등과 삼층석탑, 석조여래좌상 등 수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다. 이들 유물은 시대를 달리해 지어졌음에도 모두 ‘화엄의 조화’라는 한 정신으로 이어진다.

무량수전 앞 석등은 국보 제1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고려시대의 장인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석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주 부석사)

또한 조사당 벽화는 목조건물에 남은 가장 오래된 벽화로, 오늘날에는 별도의 유물관에서 보호되고 있다. 벽화 속의 선연한 붓질은 천 년의 세월을 건너왔음에도 여전히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처럼 부석사는 한 시대의 종교 공간을 넘어, 우리 문화의 근원을 보여주는 산증거다. 그 안에는 신라의 정신, 고려의 예술, 조선의 손길이 켜켜이 쌓여 있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절을 본다’기보다 ‘시간을 걷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깊은 울림을 받는다.

가을, 단풍이 물드는 순간의 부석사

부석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주 부석사)

가을의 부석사는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다. 절로 향하는 길목마다 은행잎이 금빛으로 물들고, 돌담을 타고 흐르는 햇살이 산사의 고요함을 더욱 돋운다.

경사가 다소 가파르지만, 오르는 동안 보이는 영주 평야와 태백산 능선의 풍경은 그 수고를 잊게 만든다. 특히 무량수전 앞에 서면, 마치 극락의 문턱에 선 듯한 청량감이 마음 깊숙이 스민다.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올라오는 길이 힘들었지만, 눈앞의 풍경이 모든 걸 보상해준다”고 말한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땀이 흐르지만, 정상에서 마주한 풍광은 그 모든 노력을 잊게 한다.

부석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주 부석사)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는 경내가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어, 불전과 석탑, 그리고 산의 능선이 하나의 장엄한 조화를 이룬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단지 시각적인 것에 머물지 않는다. 고즈넉한 경내를 거닐다 보면 세월의 무게와 함께 ‘멈춤’의 미학을 배우게 된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남는 여운이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입장료가 없는 ‘무료 사찰’이기에 누구나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천년의 고요를 품은 여행지

부석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주 부석사)

부석사는 단풍의 절정기에 더욱 빛나지만, 계절과 상관없이 늘 변치 않는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유산답게 그 품 안에는 한국 불교의 역사와 미학, 그리고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쉰다.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그곳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고요와, 천년을 이어온 신앙의 숨결이 있다.

지금 이 가을, 떠나는 길 위에서 부석사를 만나는 일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시간 속의 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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