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물드는 서울 마포
새우젓 향 따라 전통을 걷다
7080 추억의 노래로 물드는 축제

가을이 깊어질 무렵, 한강 바람을 타고 잔잔히 퍼지는 짭조름한 내음이 있다. 오래전 뱃길이 닿던 나루터에서 흘러나온 그 냄새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전통의 향기다.
붉은 단풍이 공원 가득 물드는 시기, 그곳에선 옛 마포나루의 정취가 다시 깨어난다. 마포의 역사와 사람들의 온기가 뒤섞인 이 특별한 축제가, 또 한 번 가을의 풍경을 채우려 한다.
한때 조선의 소금과 새우젓이 오가던 포구였던 이곳은 이제 서울의 가을을 상징하는 축제의 무대로 변모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즐거움을 함께 품은 채, 오래된 시간의 향기를 걷게 된다.
전통의 나루, 사람을 잇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일대에서는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제18회 마포나루 새우젓축제’가 열린다.
조선 시대 포구의 명맥을 잇는 이 축제는 새우젓과 소금으로 이름을 알린 마포나루의 옛 이야기를 현재로 불러오는 자리다.
김장철을 앞둔 10월 셋째 주마다 열려, ‘올가을 김장 새우젓은 여기서’라며 찾는 발길이 이어진다.
축제의 문은 17일 오전 10시 30분, ‘마포나루 사또행차’로 열릴 예정이다. 취타대와 풍물패가 어우러진 행렬이 마포구민광장에서 평화광장 수변무대까지 행진하며 옛 포구의 개장식을 재현한다.
황포돛배가 입항하는 순간 울려 퍼지는 풍물소리는, 잠시나마 시간을 거슬러 조선의 강가로 돌아간 듯한 감흥을 전한다.
평화광장 난지연못에는 LED로 장식된 황포돛배가 띄워진다. 밤이 되면 불빛이 수면 위를 물들이며 과거의 정취와 현대적 감성을 함께 보여준다.
또한 ‘마포 옛 사진전’을 통해 마포의 변천사를 담은 흑백 사진들이 전시돼,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이어진 지역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새우젓과 함께 즐기는 세대공감 축제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마포 품다(多), 새우 담다(多), 축제 잇다(多)’다. 이름처럼 전통과 사람, 지역이 하나로 이어지는 축제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과 공연이 조화를 이룬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엄빠랑 축제가자’ 체험 프로그램,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상의 새우를 잡는 증강현실(AR) 게임, ‘누가누가 새우처럼 허리 잘 꺾나 림보’ 등 흥미로운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특히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엄빠랑 요리하새우’ 쿠킹 클래스에서는 새우젓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배워볼 수 있다.
17일에는 외국인과 함께하는 김장 담그기 체험이, 18일에는 반려견 스포츠 대회가 진행된다. 반려동물을 위한 포토존과 정책 안내 부스도 운영되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축제의 꽃인 ‘새우젓 장터’는 올해도 풍성하게 열린다. 강경, 광천, 보령, 소래, 신안, 부안 등 전국 주요 산지의 8개 우수 업체가 참여해, 질 좋은 새우젓을 시중가보다 10~15%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
모든 제품은 원산지와 품질 검수를 마쳐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 더불어 전국 16개 자매도시가 참여하는 농특산물 장터에서는 지역의 제철 먹거리를 저렴하게 만나볼 수 있다.
가을밤 물들이는 추억의 멜로디
해가 지면 마포의 밤은 음악으로 물든다. 축제 첫날인 17일에는 구민이 함께 부르는 ‘마포구 대합창제’가 열린다.
이어 18일에는 구창모, 최성수, 권인하, 박강성 등 레전드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7080 추억 콘서트’를 선보인다. 청춘의 노래가 다시 울려 퍼지며, 가을밤을 찾은 관객들에게 따뜻한 향수를 선사한다.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시니어 세대에게 특히 반가운 무대가 이어진다. 조영구의 사회로 남진, 이찬원, 박서진, 강진, 한혜진, 배금성, 이수연, 박소연 등이 출연해 흥겨운 트로트 한마당을 펼친다.
올해는 기존의 불꽃놀이 대신 드론라이트쇼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수백 대의 드론이 그려내는 빛의 향연은 한강 위로 펼쳐진 새로운 예술로, 감동과 여운을 남길 예정이다.
전통, 환경, 그리고 사람
마포구는 이번 축제를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닌,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문화의 장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다회용기 사용, 지역 농가와의 상생, 반려동물과의 공존 등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축제의 의미를 확장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구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로 발전시켰다”며, “전통과 문화, 참여와 환경을 아우르는 이번 축제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가을 햇살이 포근한 10월, 마포의 옛 나루터가 다시 깨어난다. 새우젓 향이 공기 중에 머무는 그곳에서, 세대를 잇는 노래와 전통의 온기가 함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