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에 물든 백두대간의 하루
꽃과 호랑이가 어우러진 공간
자연이 들려주는 쉼의 이야기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길을 따라가면, 붉고 노란 빛으로 물든 숲 사이로 잔잔한 바람이 분다. 그 바람 끝에 들려오는 건 새소리인지, 사람들의 웃음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곳에는 계절의 흐름을 담은 정원과,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켜온 숲의 주인이 함께 살아 숨 쉰다. 잠시 멈춰 서면, 자연이 들려주는 고요한 숨결이 들리고 마음이 천천히 풀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있다. 백두대간의 품 안에 자리 잡은 이곳은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정원이자, 사람과 생명이 함께 숨 쉬는 살아있는 생태의 현장이다.
자연이 그린 거대한 정원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자리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이름 그대로 백두대간의 생태적 숨결을 품고 있다.
가을이면 수목원 곳곳이 황금빛 물결로 바뀌며, ‘봉자페스티벌’이 열려 관람객을 맞이한다. 올해의 슬로건은 “별일 없이 꽃 피우는 중”으로, 자연 속에서 스스로 피어나고 사라지는 꽃의 일상을 담아냈다.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도시의 아파트 풍경을 형상화한 ‘그린타워’다.
곡선과 직선이 어우러진 조형물 주변으로 국화가 만개해,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시관에서는 지역 예술가와 함께한 ESG 아트 특별전이 진행되어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전한다.
가을 축제 기간 동안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며, 방문객은 스탬프 투어와 사진 체험, 버스킹 공연, 플리마켓 등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알찬 하루를 선사한다. 아이들은 봉자네컷 포토존에서 웃음을 남기고, 부모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정원을 거닐며 여유를 만끽한다.
사계절이 머무는 정원의 풍경

수목원 안에는 계절마다 다른 빛을 품은 30여 개의 전시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진입광장’은 봄부터 가을까지 가장 화려한 공간으로 손꼽힌다.
나무수국 ‘라임라이트’와 ‘바닐라프레이즈’가 길게 늘어서 있어 어디에서 찍어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된다. 겨울에도 백두랑이 조형물이 정원을 지키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아이들과 함께 걷기 좋은 ‘어린이정원’과 ‘나비정원’, 향긋한 허브 향이 감도는 ‘약용식물원’도 인기다.
길을 걷다 보면 경쾌한 물소리가 들려오는 ‘수변생태원’과 ‘거울연못’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한적한 ‘돌담정원’에서는 오래된 마을의 정취가, ‘단풍식물원’에서는 가을빛이 한층 짙게 내려앉는다.
수목원은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의 장을 지향한다. 식물의 계절 변화와 생태적 다양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아이들의 교육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호랑이가 사는 숲으로의 초대

수목원의 또 다른 명소는 ‘호랑이숲’이다. 이곳은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의 보전과 복원을 위해 조성된 특별한 공간이다.
백두산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자 숲의 주인으로 불렸던 존재로, 수목원에서는 그들의 야생성을 지키기 위한 연구와 보호 활동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호랑이숲은 하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관람객은 실제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호랑이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수목원 관계자는 “백두산호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 문화와 역사에 깊이 뿌리내린 존재”라며, “이곳에서는 호랑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가을 여행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배우고 느끼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면 별도의 예약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65세 이상 시니어와 어린이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트램을 이용하면 광활한 정원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어 노약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꽃과 나무, 그리고 생명의 숨결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 가을, 자연이 들려주는 조용한 이야기를 따라 봉화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