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든 가을의 터널
걷는 순간이 추억이 되는 길
지금, 아산이 가장 빛나는 계절

햇살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10월, 바람은 차가워지지만 마음은 오히려 따뜻해지는 계절이다. 어디선가 금빛 이파리가 흩날리고, 발끝에 닿는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만든다.
공기 중엔 가을 특유의 묘한 향이 감돌고, 낮은 햇살은 세상을 한층 더 따스하게 물들인다.
사람들은 이때쯤이면 자연스럽게 ‘가을을 닮은 길’을 찾는다. 붉고 노란 색으로 물든 거리, 천천히 걷기 좋은 강변길, 그리고 그 길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계절의 고요함이 그리워진다.
그중에서도 노란 빛으로 반짝이는 터널 같은 길이 있다. 지금, 그 길은 한 해 중 가장 황홀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곡교천 은행나무길’
충남 아산시 염치읍 곡교천을 따라 이어지는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전국의 아름다운 10대 가로수길로 손꼽히는 곳이다.
현충사 입구와 충무교 사이 약 2.2km 구간에 35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1966년 현충사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이 길은 60여 년 세월을 지나며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했다. 지금은 가을마다 황금빛 물결로 변해 수많은 발걸음을 이끈다.
가을 햇살이 나무 사이로 스며들면, 길 전체가 금빛으로 반짝인다. 은행잎은 바람에 흩날리며 천천히 떨어지고, 바닥은 노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늦가을에 찾은 한 방문객은 “은행잎이 떨어진 뒤에도 바닥에 깔린 노란 잎을 밟으며 걷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고 전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엔 주말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어, 그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간다.
은행나무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현충사를 잇는 길목이자, 세월의 이야기가 서린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이곳을 찾는 이들의 이유는 조금 다르다.
청명한 하늘 아래 반짝이는 황금빛 터널, 그리고 그 속을 천천히 걸으며 느끼는 ‘가을의 완성’ 때문이다.
자전거와 함께하는 여유로운 가을 산책
곡교천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도로는 왕복 16km에 달한다. 은행나무길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국화로 장식되어 사계절 내내 변화를 즐길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리다 보면, 강물 위로 비치는 노란 반사빛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자전거를 빌려 한적한 강변을 달린다.
“산책으로도 좋지만, 자전거를 타며 은행잎이 떨어지는 길을 지나는 순간이 정말 멋졌다”는 방문객의 말처럼, 이곳은 걷기와 라이딩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형 힐링 명소로 자리 잡았다.
아산시는 이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며 보행자 중심의 안전한 길을 유지하고 있다. 길가에는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으며, 노약자나 어린이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지금, 아산이 가장 빛나는 순간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단순히 ‘예쁜 길’이 아니다. 세월이 만든 자연의 예술이며, 가을이 가장 짙게 머무는 장소다.
바람이 스치면 금빛 잎이 흩날리고,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빛이 내려앉는다.
가을은 잠시 머물다 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길은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풍경’을 선물한다. 지금이 바로, 그 노란 물결 속으로 걸어들어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