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축제가 되다”… 영월 김삿갓문화제, 세대를 잇는 감성 여행

영월의 가을, 문학이 피어나다
김삿갓의 발자취 따라 걷는 축제
세대를 잇는 시와 해학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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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영월 김삿갓문화제)

초가을의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지는 영월에는 매년 특별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옛 시인의 웃음소리와 발자취를 실어 나르고, 그 길 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시대를 건너온 시 한 줄이 오늘의 음악처럼 울려 퍼지고, 오래된 돌담 너머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문학이 일상이 되는 순간, 그 중심에 ‘김삿갓문화제’가 있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시간 속에서, 방랑시인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세월의 흐름을 넘어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도 자유와 풍류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준다.

문학으로 잇는 전통과 현재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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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월군 (2025 영월 김삿갓문화제 행사 포스터)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 김삿갓 유적지 일원에서 제28회 김삿갓문화제가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문학으로 전통과 현대를 만나다’로, 조선 후기 방랑시인 난고 김삿갓의 문학정신을 되새기고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축제는 오는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이어지며, 문학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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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영월 김삿갓문화제)

첫날 오후 3시, 김삿갓문학관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김삿갓문학상 시상식, 조선시대 과거대전, 전국 휘호대회, 김삿갓 해학의 길 걷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축제의 현장은 문학인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가 되며, 영월의 가을을 대표하는 문화 향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월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김삿갓문화제는 시대를 잇는 대표 문학축제”라며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해 지역의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겠다”고 전했다.

시로 세상을 풍자한 방랑시인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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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영월 김삿갓문화제, 저작권자명 (재)영월문화관광재단 손성일)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 난고 김병연은 1807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나 조선 후기의 격동기를 살아간 인물이다.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을 평정하지 못하고 항복한 죄로 가문이 몰락하면서, 그의 가족은 영월로 이주해 생을 이어갔다.

어린 김병연은 자신의 가문이 역적으로 낙인찍힌 사실을 모른 채 학업에 매진했고, 영월도호부에서 열린 과거에 응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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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영월 김삿갓문화제, 저작권자명 재단법인 영월문화관광재단)

당시 시제는 ‘충절을 지킨 정공을 칭송하고 항복한 김익순의 죄를 논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인물이 자신의 조부임을 뒤늦게 알게 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속세의 부귀를 버리고 방랑의 길에 올랐다. 삿갓을 쓰고 전국을 떠돌며 세상의 모순을 시로 풍자했고, 그가 남긴 해학과 풍자는 오늘날까지도 풍류와 통찰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그의 삶은 단순한 유랑이 아닌, 시대에 대한 문학적 저항이자 성찰이었다. 김삿갓문화제는 바로 그 정신을 기리고,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문화의 끈을 잇는 자리로 마련됐다.

참여와 체험으로 완성되는 축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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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영월 김삿갓문화제, 저작권자명 (재)영월문화관광재단 손성일)

김삿갓문화제는 문학 감상의 경계를 넘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축제 기간에는 인절미 떡메치기, 향토음식 먹거리촌, 전통놀이 체험 등 지역의 맛과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펼쳐진다.

특히 ‘해학의 길 걷기’는 김삿갓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그가 남긴 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문학과 예술, 그리고 지역의 정서를 함께 아우르는 이 축제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영월의 역사와 혼을 품은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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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영월 김삿갓문화제, 저작권자명 (재)영월문화관광재단 손성일)

시를 읽고,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김삿갓의 정신을 다시금 되새긴다.

가을의 끝자락, 영월의 산과 들이 붉게 물들 무렵. 그곳에서는 한 시인의 발자취가 오늘의 축제가 되어 피어난다.

전통을 품은 문학의 향기, 그리고 시대를 잇는 해학의 정신이 올해도 김삿갓문화제의 하늘 아래에서 새롭게 울려 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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