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 품은 붉은 계절의 정원
의령에서 만나는 가을빛 산책
무료로 즐기는 꽃길의 여유

가을이 깊어갈수록 강가의 바람은 부드러워지고, 들판은 점점 더 짙은 색으로 물든다. 이 계절, 의령의 한 공원은 하늘빛과 꽃물결이 어우러져 풍경화를 닮아간다.
해가 기울 무렵이면 강물 위로 금빛이 번지고, 그 위로 붉은 댑싸리와 분홍빛 핑크뮬리가 어우러져 마치 물결처럼 흔들린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붉은 빛과 분홍빛이 스쳐 지나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듯 피어난다.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 흐르는 곳, 오래전 역사의 숨결과 함께 지금은 사람들의 휴식이 깃드는 곳이다.
의령의 역사와 자연이 만나는 곳

경남 의령군 지정면에 자리한 ‘호국 의병의 숲 친수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의병을 이끌고 첫 승리를 거둔 전적지로, 이곳에는 그 정신을 기리는 상징과 풍경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넓은 부지 위에는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 흐르며 만든 수변 생태 공간이 펼쳐져, 역사적 의미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가을이면 공원은 붉은 댑싸리와 황화코스모스, 핑크뮬리, 분홍코스모스 등으로 화려하게 채워진다.
한쪽에는 아직 초록이 남은 댑싸리가, 다른 한쪽에는 붉게 타오르듯 피어난 군락이 조화를 이루며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17헥타르에 이르는 넓은 공원을 걷다 보면 꽃밭 사이로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이어지고, 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데크에서는 바람과 햇살이 한데 섞여 들어온다.
걷는 이마다 멈추게 되는 가을의 풍경

방문객들은 이곳을 “생각보다 훨씬 넓고 꽃이 다양하다”고 말한다. 한 여행객은 “댑싸리 축제인 줄 알고 갔는데 핑크뮬리와 코스모스까지 있어서 사진 찍기에 더없이 좋았다”고 전했다.
꽃밭마다 색과 형태가 달라 산책하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진다. 특히 붉은 댑싸리가 솜사탕처럼 피어난 구간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주차장과 화장실, 쉼터 등 기본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으며, 공원 전역이 턱이 없어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다.
이용 시간의 제약이 없는 상시 개방 공간이라 누구나 자유롭게 들를 수 있다. 가까운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무료 나들이 장소로, 연중 어느 때든 방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낙동강이 들려주는 또 하나의 이야기

공원 인근의 남강변에는 의령의 상징이라 불리는 ‘솥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예로부터 이 바위를 중심으로 반경 8킬로미터 안에는 부와 복이 깃든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지금은 솥바위 주변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강을 따라 걸으며 소원을 빌거나 조용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맑은 강물 위로 드리운 나무 그림자와 솥바위의 곡선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이루고, 계절마다 빛의 색도 달라진다.
봄에는 물안개가 피어나고, 가을에는 낙엽이 흘러들며 그 자체로 의령의 사계를 담아낸다. 꽃과 물, 그리고 전설이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역사와 계절이 머무는 의령의 풍경’으로 남는다.
가을의 빛을 따라 걷는 여행

호국 의병의 숲 친수공원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만, 그중에서도 가을은 가장 빛나는 시기다.
강물 위로 내려앉은 햇살, 붉게 물든 댑싸리, 부드러운 분홍빛의 핑크뮬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장관을 이룬다.
자전거를 타거나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입장료 없이 자연과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의령의 호국 의병의 숲.
이 가을, 화려한 꽃길 속을 걸으며 한때 나라를 지킨 이들의 숨결과 함께 계절의 깊이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