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사찰”… 경남 양산 통도사, 소나무 숲길 따라 걷는 힐링 가을여행

영축산 품은 고요한 절
부처의 숨결을 간직한 곳
한적함 속 마음이 머무는 사찰
양산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양산 통도사)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 숲 사이로 은은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들리는 것은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속삭임뿐, 그 고요함 속에서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이따금 흙길을 밟는 발소리가 여운처럼 이어지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길손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오랜 세월의 숨결을 머금은 이곳은 세속의 번잡함을 비우고자 하는 이들이 조용히 찾는, 부처의 향기가 스며 있는 사찰이다.

부처의 사리가 머무는 불보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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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양산 통도사)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는 경남 양산 영축산 자락에 자리한 불보사찰이다. 불상을 모시지 않고, 대신 부처의 진신사리가 금강계단 아래에 봉안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 자장스님이 당나라 오대산에서 부처의 사리를 모시고 돌아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당시 자장스님은 독룡이 살던 못을 메우고 그 위에 금강계단을 세웠으며, 부처의 가사와 사리를 함께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금강계단은 통도사의 중심이자 정신적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사찰의 역사는 곧 금강계단의 역사라 불릴 만큼, 통도사의 모든 기록은 이 계단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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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양산 통도사)

흙과 돌이 아닌 믿음으로 쌓은 이곳에는 천년이 넘는 세월의 신심이 켜켜이 쌓여 있다. 부처의 사리를 친견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경건함이 감도는 이유다.

임진왜란으로 많은 전각이 소실되었으나,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중수되어 오늘의 모습을 되찾았다.

대광명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물은 새로 세워졌지만, 오랜 시간의 품격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웅전과 금강계단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청동향완과 봉발탑 등 수십 점의 유물이 성보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영축산 숲길 따라 걷는 고요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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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양산 통도사)

통도사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가 명상이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숲길로 들어서면 오래된 나무들이 내뿜는 향기가 공기를 가득 채운다.

낮은 언덕을 오르며 마주하는 소나무길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바람결에 흙냄새가 섞여 들고, 물소리가 길가를 따라 흘러간다.

사찰 안쪽으로 들어서면 수백 년을 견뎌온 소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곳곳에 자리한 암자들이 고요하게 숨 쉬고 있다.

이 암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이름과 전설을 품고 있어 순례길로도 사랑받는다. 약 17곳에 이르는 암자 순례는 단순한 탐방이 아닌 사색의 여정으로 이어진다.

명상과 수행, 템플스테이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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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양산 통도사)

통도사의 템플스테이는 사찰의 품격에 걸맞게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스님들이 직접 사찰 예절을 가르치며, 통도사 봉사단체 ‘적멸도량회’가 문화재 해설을 맡는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통도사의 역사와 불교의 기본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귀한 경험이 된다.

해가 저물 무렵, 참가자들은 낮 동안 정성껏 만든 연꽃등을 들고 보궁으로 향한다. 부처의 사리와 가사가 모셔진 그곳에서 명상에 잠기는 ‘보궁명상’은 통도사 템플스테이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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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양산 통도사)

등불의 잔잔한 빛 아래에서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말로 다할 수 없는 평온을 전한다. 이 경험 하나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통도사를 다시 찾는다고 한다.

템플스테이 일정이 끝나도 여운은 오래 남는다. 사찰 곳곳을 거닐며 대웅전의 기둥과 석탑, 그리고 돌계단에 스민 세월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켠이 맑아진다.

통도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오랜 세월의 숨결 속에서 시간과 마음이 동시에 머물며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공간이다.

천년의 숨결이 머무는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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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양산 통도사)

통도사는 지금도 매일 새벽 6시 반이면 문을 연다. 누구든 자유롭게 찾아와 마음을 쉬어갈 수 있으며, 주차와 이동도 편리하게 되어 있다.

이곳은 화려한 장식이나 자극적인 볼거리가 있는 곳이 아니다. 대신 천년을 품은 고요함이 있고, 그 안에서 자신을 비추어보는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영축산의 품에 안긴 통도사는 오늘도 변함없이 세속의 번잡함을 내려놓게 하는 ‘고요한 여행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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