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물드는 비밀의 정원
세종의 숲에서 만나는 곰 가족
아이와 함께하는 단풍 속 하루

붉고 노란 잎이 햇살을 머금은 채 바람결에 흩날린다. 아이의 작은 손이 그것을 잡으려 쫓아가면, 숲속 곰 한 마리가 느릿하게 고개를 든다.
사람과 자연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이 계절,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세월을 품은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길, 그 끝에서 들려오는 재즈의 선율이 가을을 더욱 깊게 물들인다.
지금, 세종의 한 수목원이 그 특별한 순간을 고요히 품으며, 가을의 색과 향기로 방문객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고 있다.
자연이 품은 곰의 정원

세종시 전의면에 자리한 베어트리파크는 이름 그대로 곰이 사는 수목원이다. 10만여 평의 대지 위에서 반달곰과 불곰이 어슬렁거리고, 그 옆에는 공작과 꽃사슴이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천여 종의 나무와 사계절 꽃이 자라나는 이곳은 자연의 생명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정원이다.
이곳은 수십 년 동안 정성과 세월이 쌓여 완성된 숲이다. 주말마다 나무를 심고 돌보는 손길이 이어지며, 작은 언덕은 지금의 울창한 숲으로 성장했다.

향나무와 느티나무가 세월의 흔적을 품은 채 서 있고, 반달곰 가족은 대를 이어 살아가며 이곳의 상징이 되었다.
방문객들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교감’의 시간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직접 곰과 비단잉어에게 먹이를 주며 자연과 가까워지는 법을 배운다.
사람의 손길이 아닌 자연의 흐름 속에서 자란 숲이 주는 평화로움이, 베어트리파크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단풍과 음악이 어우러진 축제의 계절

지금 베어트리파크는 가을 단풍축제가 한창이다. 9월 27일부터 11월 16일까지 이어지는 축제 기간에는 ‘비밀의 산책로’가 특별히 개방되어 평소엔 닿기 어려운 숲속 길을 걸을 수 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는 약 2만 그루의 나무가 정원을 물들이며, 그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주말과 공휴일 오후에는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단풍잎으로 만드는 팔찌나 키링 같은 가을 소품 만들기 체험이 인기를 끌고, 매주 토요일에는 ‘스페셜 가든 투어’가 진행된다.
숲 해설가의 안내로 수목원 곳곳을 둘러보며 식물의 이야기를 듣는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자연학습의 장이 된다.
11월 15일에는 ‘이삼수 브라스 밴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깊어가는 가을 정원 속에서 울려 퍼지는 금빛 관악기의 음색은 방문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자연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순간, 베어트리파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감성의 무대’가 된다.
가족이 함께 머무는 휴식의 시간

넓은 숲속을 걷다 보면 잉어가 헤엄치는 연못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잉어 먹이주기 체험에 몰두하고, 부모는 잠시 벤치에 앉아 숨 고르기를 한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웰컴하우스’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커피를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좋은 쉼터가 된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미니 동물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니피그, 염소, 공작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가까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반달곰 새끼들의 재롱을 보며 웃음 짓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가을의 풍경이 된다.
수목원 내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샵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으며, 이곳을 찾은 가족들은 자연 속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낸다.
‘아이와 함께할 주말 나들이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부모에게, 베어트리파크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가을,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

베어트리파크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가을의 문턱에서는 특히 빛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금·토·일요일에는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만3천 원으로, 합리적인 수준이다. 36개월 미만의 유아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부담이 적으며, 아이와 함께하는 가을 나들이 장소로 더욱 적합하다.
지금이 바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숲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 사이로 아이의 웃음소리가 울리고, 반달곰이 그 옆에서 느릿하게 걸어간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이 장면은 오직 베어트리파크에서만 만날 수 있다. 세종의 숲은 오늘도 깊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추억이 자라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