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서 이런 축제가?”… 전통과 힐링이 함께하는 ‘봉은사 1231주년 가을행사’

서울 도심서 만나는 천년의 향기
전통과 문화가 어우러진 가을 축제
봉은사에서 펼쳐지는 시간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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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봉은사)

한적한 산사에서나 느낄 법한 고요한 울림이 도시 한가운데서 피어난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면, 향긋한 차 향과 북소리가 어우러진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속에는 세월의 흔적을 품은 고목과 전각의 기와가 어우러져, 시간의 흐름을 천천히 되짚게 한다.

고즈넉한 전각 사이를 거닐며, 손끝으로 우리 전통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잠시 눈을 감으면 종소리와 함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바람에 실려 오는 향내가 그윽하게 마음을 감싼다.

이번 가을, 강남 봉은사에서는 천년 고찰의 숨결을 따라가며 오래된 문화가 다시 살아 숨쉬는 축제가 열린다.

천년 고찰의 정신, 봉은사 개산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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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봉은사)

서울 강남의 중심에 자리한 봉은사는 개산 1231주년을 맞아 ‘개산대재 전통문화축제’를 연다.

이번 축제는 10월 21일부터 29일까지 봉은사 경내 곳곳에서 진행되며, 전통의 향기와 현대적 감성이 공존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축제의 시작은 21일 대웅전 앞 특설무대에서 봉행되는 ‘역대조사 다례재’다.

봉은사를 창건한 신라시대의 고승 연회국사 등 아홉 분의 조사에게 헌향과 헌다, 헌화로 공경을 표하며 사찰의 뿌리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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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봉은사)

이어 23일에는 판전에 보관된 ‘화엄경판 인경본’을 정대하는 ‘정대불사’가 열린다.

이는 불법(佛法)의 가르침을 올곧게 잇기 위한 봉은사만의 전통 의식으로, 법보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 깊은 시간이다.

축제의 대미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봉은사 생전예수재’가 장식한다. 살아 있는 이의 평안과 공덕을 기원하는 불교 의식으로, 봉은사는 오랜 전통을 지켜온 방식 그대로 이를 봉행한다.

49일 동안 이어진 기도 회향을 통해 모든 생명의 평안을 기원하며, 사찰의 오래된 의례가 현대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직접 보고, 입고, 즐기는 전통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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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봉은사 (2025 봉은사 1231주년 개산대재 전통문화축제 행사 포스터)

이번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은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다. 전통차 전문가들이 손수 우려낸 다향(茶香)을 맛볼 수 있는 ‘전통차 축제’가 25일 종루 주변에서 열린다.

21일부터 27일까지는 ‘한복 체험 및 인생네컷’ 프로그램이 운영돼, 무료로 한복을 입고 진여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26일에는 사찰음식 장인 동원 스님이 준비한 ‘사찰음식 나눔행사’가 미륵전 앞마당에서 열린다. 절밥의 정갈한 맛과 함께 떡메치기 체험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24일부터 26일까지 ‘전통문화체험한마당’이 전통문화체험관 앞에서 펼쳐져, 전통매듭·모시풍경·지화 만들기 등 손끝으로 전통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완성된 작품은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전통공연과 전시로 채운 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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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봉은사)

볼거리 또한 풍성하다. 22일부터 26일까지는 조선시대 왕실이 능침사찰을 참배하는 모습을 재현한 ‘왕실의 산책’이 진행된다.

왕과 왕비, 취타대가 행렬을 이루며 진여문 앞을 지나가는 모습은 역사 속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전통 예술 공연도 이어진다. 23일에는 미륵광장에서 힘찬 리듬이 울려 퍼지는 ‘난타공연’이, 24일에는 대웅전 앞마당에서 ‘봉산탈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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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봉은사)

이어 25일에는 마당극 ‘왔소이다 배뱅이’가 무대에 올라 관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각 공연은 시대의 흥과 멋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세대를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한마당을 만든다.

전시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선불당에서는 불화전시회가 24일까지 열리고, 보우당에서는 29일까지 찻사발 전시가 이어진다.

또한 연회다원 앞에서는 27일까지 전통사찰 사진전이 열려, 사찰 곳곳의 풍경과 문화유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가을, 전통의 품에 머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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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봉은사)

축제 첫 사흘간은 봉은사와 협약을 맺은 여섯 개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는 ‘도농상생 직거래장터’가 운영된다. 강진, 해남, 평창 등 지역의 특산품이 서울 한복판에 모여 도심 속 작은 시장을 이룬다.

방문객들은 전통과 지역의 맛을 함께 즐기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자리를 경험할 수 있다.

봉은사는 이번 축제에 대해 “천년 고찰의 역사와 문화가 시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가족과 함께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며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봉은사의 마당에 서면, 천년의 시간과 지금이 함께 흐르는 특별한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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