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정원에 물든 하루
드라마 속 풍경을 걷다
핑크뮬리로 피어난 가산수피아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산자락에 안개처럼 번지는 분홍빛 물결이 있다. 바람이 스치면 그 물결은 일렁이며 햇살을 머금고 한층 더 깊은 색으로 번진다.
낙엽이 채 떨어지기 전, 이곳의 계절은 유난히 천천히 흘러간다. 그 풍경 속에는 어느새 낯익은 장면 하나가 겹쳐진다.
드라마의 배경이던 그 숲길, 배우들이 걸었던 정원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핑크빛 가을이 시작되는 곳, 칠곡 가산수피아다.
자연이 만들어낸 분홍빛 정원

경북 칠곡군 가산면에 자리한 가산수피아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으로,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 힐링 공간이다.
가을이면 정원의 중심부를 가득 메우는 핑크뮬리가 붉은 기운을 띠며 장관을 이룬다. 언덕을 따라 이어진 핑크빛 물결은 바람에 흩날릴 때마다 잔잔한 파도처럼 부드럽게 일렁인다.
정원 곳곳에는 댑싸리도 물들기 시작해 초록에서 붉은빛으로 변하며 가을의 깊이를 더한다. 지금은 핑크뮬리가 한창 절정을 향해 가는 시기다.

10월 중순 이후에는 댑싸리까지 만개해 정원 전체가 붉은 안개에 감싸인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가산수피아는 단순한 꽃밭이 아닌 테마가 있는 정원이다. 숲속 산책길을 따라가면 허브정원, 이끼정원, 하늘정원이 차례로 이어지고, 곳곳에 배치된 예술 조형물이 정원의 아름다움을 한층 끌어올린다.
솔밭 아래 자리한 이끼정원은 부드럽게 빛을 머금은 초록빛 융단처럼 신비롭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숲길

가산수피아는 드라마 〈환혼〉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극 중 강력한 술사 집단이 거닐던 송림의 배경이 바로 이곳의 자연숲이다.
울창한 숲길과 고즈넉한 정원의 분위기가 드라마의 신비로운 세계와 완벽하게 어우러져 촬영지로 선정되었다.
드라마 속 장면을 따라 걷다 보면, 실제보다 더 현실감 있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고목나무가 드리운 길과 허브향이 은은히 퍼지는 오솔길은 사계절 내내 다른 색을 입는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드라마의 한 장면을 직접 체험하듯 정원 속을 천천히 거닌다. 곳곳에는 사진을 남기기 좋은 포인트가 많아 가족 단위 방문객뿐 아니라 연인, 친구 모두에게 인기다.
알파카와 함께하는 복합 힐링 공간

가산수피아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체험 공간에 있다. 알파카랜드에서는 귀여운 알파카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주말에는 꽃과 공예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목공, 향수, 가드닝 등 자연을 주제로 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카페와 식당도 정원 안에 자리해 있어, 계절 한복판에서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가을 햇살 아래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한 잔의 커피는 그 어떤 명소보다 특별한 여운을 남긴다.
가산수피아는 365일 무료로 개방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일부 체험 시설은 월요일 휴무이나, 정원 자체는 연중무휴로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가을 정원에서 찾은 쉼의 시간

지금 가산수피아는 가을의 가장 아름다운 빛을 품고 있다. 붉게 물든 댑싸리와 분홍빛 핑크뮬리가 함께 어우러져 정원을 한 폭의 수채화로 만든다.
드라마 속 환상의 세계를 닮은 이곳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오후, 가산수피아의 산책로를 걸으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와 함께 가을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곳에서 마주한 분홍빛 정원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잠시 잊고 있던 계절의 온기를 일깨우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