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가을, 윤슬 위에 물든 시간
반짝이는 단풍과 예술의 어울림
대통령의 정원에서 만나는 가을 축제

유난히 잔잔한 호수 위로 햇살이 부서지면, 금빛 물결 사이로 바람의 결이 느껴진다. 길게 늘어진 산책길을 따라 단풍이 붉게 번지고, 그 아래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면 오래된 시간의 숨결이 스민다.
청남대의 가을은 단순한 계절의 변주가 아니다. 역사의 한 장면을 품은 공간에서 오색의 단풍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잠시 멈춰 서고 싶은 시간이다.
오는 가을, 청남대는 대통령의 별장이 지닌 품격과 대청호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그 특별한 정취 속에 사람들을 초대한다.
대통령의 정원, 국민의 가을 놀이터로

청남대는 한때 다섯 명의 대통령이 국정을 구상하며 머물던 공간이었다. 지금은 문이 활짝 열려 국민 모두가 주인이 되는 역사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대청호반을 따라 걷는 14km 산책길은 내륙의 바다라 불릴 만큼 풍경이 깊고, 본관과 별관, 기념관과 하늘정원까지 곳곳이 정갈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대통령들의 흔적이 깃든 공간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한 시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품은 문화유산으로 거듭났다.
가을이 오면 이곳은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한다. 국화와 단풍이 맞물리며 호수의 윤슬 위로 오색의 빛이 번진다.
그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청남대 가을축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계절 행사로, 올해도 ‘반짝이는 윤슬, 오색단풍 넘실’이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선보인다.
국화 향기 따라 걷는 예술의 길

축제 기간 청남대는 그야말로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정원으로 변한다. 국화 조형물과 수목 분재 전시, 문화예술 공연이 어우러진 공간은 산책만으로도 가을의 온기를 전한다.
관람로 곳곳에는 소국과 백묘국, 메리골드, 폐츄니아 등 4만여 송이의 꽃이 심겨 있으며, 500여 점의 분재작품이 정교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호수광장 앞 어울림마당에서는 취타대 행진을 비롯해 국악, 밴드, 색소폰 연주, 벨리댄스 공연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진다.
주말에는 관람시간이 오후 9시까지 연장되어 경관조명 아래의 야경이 색다른 매력을 더한다. 민주화의 길을 따라 이어지는 불빛은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한데 만나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손끝으로 느끼는 체험, 입안 가득한 향기
이번 축제의 묘미는 체험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헬기장에서는 재활용 소재로 만드는 친환경 키링 만들기부터 캐리커처, 못난이 김치 만들기, 한방체험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된다.
안데스 전통 음악 공연이 함께 열려 낯선 리듬이 청남대의 바람과 어우러진다.
테니스장에서는 목공예 체험과 함께 지역 와이너리의 와인 시음이 준비되어 있다. 푸드존에서는 육포, 약과, 생강청 등 지역 특산 먹거리를 맛볼 수 있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문의면 돌담길 인근에는 지역 농특산물 홍보관도 운영돼, 여행의 추억을 담은 기념품을 고르기에도 좋다.
관람 정보와 이용 안내
청남대는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12월과 1월에는 일몰 시간에 맞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일반 6천 원, 청소년 4천 원, 어린이 3천 원이며, 65세 이상 노인과 국가유공자, 임산부, 장애인 등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휠체어나 유모차는 기념관 맞은편 대여소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문의문화유산단지에서 청남대까지 20분 간격으로 무료 순환버스가 운행된다. 주차 후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청남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청남대의 가을은 단풍의 색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문화가 만나는 이 계절, 대청호의 윤슬 위로 비치는 빛은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