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물결 위로 걷는 가을 제주의 순간
불빛과 바람이 만나는 새별오름
들불축제의 흔적이 남은 오름의 계절

저녁 햇살이 낮게 깔리면, 초원의 결이 바람을 따라 흔들린다. 빛은 은빛으로 반짝이며 능선을 타고 흐르고, 들려오는 것은 바람과 억새의 마찰음뿐이다.
그 속을 걷다 보면 발밑의 흙 냄새가 짙어지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마저 가을의 공기를 물들인다.
이름조차 별처럼 빛나는 이곳, 제주의 서쪽 들판 어딘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이유가 있다. 그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 이 계절이 새별오름을 특별하게 만든다.
저녁 하늘에 별처럼 선 오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자리한 새별오름은 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오름이다. ‘저녁 하늘의 샛별처럼 외롭게 서 있다’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전체 높이는 해발 519m로, 남봉을 중심으로 여러 방향으로 등성이가 뻗어 있어 마치 다섯 갈래 별표를 연상케 한다. 서쪽은 삼태기 모양으로 열려 있고, 북쪽은 오목하게 들어가 입체적인 능선이 돋보인다.
오름의 표면은 대부분 풀이 덮여 있어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북쪽 사면에는 잡목이 드문드문 자라나고, 서북쪽으로는 오래전부터 자리한 묘지가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자연의 질서 속에 잘 녹아 있어 인공적인 손길이 느껴지지 않으며, 능선과 초원이 어우러진 풍경의 균형이 한층 더 아름답다.
입구는 동쪽과 서쪽 두 곳으로 나뉜다. 서쪽 등산로는 경사가 조금 더 가파르지만, 동쪽 길은 비교적 완만해 아이들과 함께 오르기에도 무리가 없다.
평균 20~30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오르기 쉬운 코스로, 가벼운 산책처럼 즐길 수 있다.
억새로 물드는 계절, 오름의 가을

10월의 새별오름은 억새로 뒤덮인다. 바람결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억새 군락은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이어지며, 아래쪽부터 능선까지 부드럽게 번진다.
평지 가까운 아래쪽에서는 천천히 걸으며 억새의 결을 따라 가을을 느낄 수 있다.
한 등반객은 “조금 가파르지만 정상에 서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억새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행객은 “아이들과 함께 오르기에도 적당하고, 오르는 동안 갈대숲을 지나 정상에서 탁 트인 풍경을 보는 순간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정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비양도와 바다의 윤곽이 선명히 보인다. 푸른 하늘 아래로 펼쳐진 바다는 고요하고, 억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청량하다.
짧은 오르막이지만 그 끝에서 만나는 풍경은 제주의 가을을 온전히 품고 있다.
실용 정보와 방문 팁

새별오름은 주차가 가능한 무료 관광지로, 입장료가 없다. 단, 오름의 주소가 산지로 표기되어 내비게이션 검색 시 정확한 위치가 표시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방문 전 제주관광정보센터(064-740-6000)에 문의하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탐방이 가능하다.
오름 주변에는 성이시돌목장과 왕따나무 등 다른 명소가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산책을 마친 뒤에는 인근의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여유를 즐기는 여행객도 많다.
가을의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겨울의 불빛이 들판을 물들이는 곳. 새별오름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제주의 자연과 문화는 결코 작지 않다. 올가을, 제주의 서쪽 하늘 아래 반짝이는 그 별을 따라 걸어보는 건 어떨까.













